관련 전공자로서 지진해일 설명 - geophy

글쓴이
scieng
등록일
2004-12-30 17:15
조회
12,531회
추천
35건
댓글
4건
지진 및 지구물리 전공자로서 오해를 풀어 드려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아는 게 별로 없음에도 불고하고 간단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1. 해저 지진과 지진해일
많은 분들이 대부분 "해저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해일이 발생한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사실과 약간 다름니다.

각 관측소에서 기록된 지진신호를 분석하면 단층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단층해는 지진을 유발한 지각운동의 형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주로 단층의 형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공계학생이면 누구나 배우는 정단층, 역단층, 주향이동 단층 등등..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지진해일을 일으키는 지진은 주로 강한 수직변위를 동반하는 지진으로서
정단층 또는 역단층의 형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및 동해 주변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주로 주향이동 단층,
즉 수직변위보다는 수평변위가 우세한 형태입니다. 
따라서 지진해일의 가능성이, 정량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많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많은 피해를 입히는 대규모 지진의 경우 단층해가 깨끗하게 정해지지 않고,
매우 복잡한 해를 갖기 때문에 큰 수직 변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반대 급부적으로 규모가 작더라도 수직변위가 큰 지진인 경우 강력한 지진해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동해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동시에 이 지진이
지진해일을 동반하겠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판단은 많은 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고하고 현재의 기술로 쉽지 않습니다.

예측이 실패한 사례가 상당히 있습니다. 이 경우 쯔나미가 발생할 것이라 판단하여 인근 주민들을
대피 시켰는데 실제 쯔나미가 매우 약하거나 발생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러면, 생업을 포기하고
대피한 주민들의 원성이 대단하겠져..무슨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그러나,
일단 해양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다면 피해 예상지역에 신속히 대피 경보를 내리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우리나라의 지진과 지진해일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은 내륙에서는 주요 단층대(옥천대, 경상분지 근처)에서 주로
발생했고, 진원이 10-20km에 위치하는 천발지진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해의 경우 간혹 규모 4-5 짜리 지진이 발생하고,
동해의 경우 서해보다는 보다 빈번히 발생을 합니다.

서해의 경우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서해의 수심이 워낙 낮기 때문에
동반되는 지진해일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태평양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지진해일은 일본이 완벽한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그 피해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진해일에 대해 우리나라가 주시해야 할 것은
일본 서안에서 발생한 지진과 이와 동반하는 지진해일 입니다.

실제 일본 서안에서 발생한 지진에 의한 지진해일이
우리나라 동해안에 피해를 준 사례가 1970년 대 이후
2-3차례 있습니다.(백중사리, ...)

일본 서안에서 발생이 지진이 우리나라 동해에 도달하는 시간은
진앙의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60-90분 정도 이고,
이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경보 조치와 긴급대피를 위한
시간 확보는 됩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연계된 지진해일
조기 경보 시스템이 가동중이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기본 시스템은 갖춰어져 있다고 봐도 됩니다.

또한, 동해의 해저 지형 특성상, 울릉분지와 몇 개의 해저 구조들이
웨이브 가이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진해일은
주로 경북 울진 근처로 에너지가 집중됩니다. 따라서 실제 피해지역은
이 부근에 주로 분포하게 되므로, 이 부근 지역에 대해서 피해경감 대책이
집중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3. 지진재해 경감

이번 인도네시아 지진은 지진 자체보다 지진에 의해 유발된 지진해일의
피해가 컸던 지진입니다. 여타의 대규모 지진과 다른 점이죠.

지진에 대한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이해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및 그 주변 구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한반도의 지체구조 및 그 성인, 진화에 대한
다방면의 연구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 및 중국과 달리 지진이 많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의 지각구조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항상 자료 부족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일본, 중국에 비해 관련 분야의 기술 발달이 더딘 부분적인 이유이구요.

이번 인도네시아 지진에서 볼 수 있듯이
지진은 여타의 재해중에서 가장 위력이 큼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지진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일어났다면 이 정도의 인명피해는
없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력이라는 것이 절실히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이번일을 계기로 지진에 대해 국가적인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지만, 지진 및 지구물리 관련의
연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런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분도 가지면서
속된 말로, 돈 안되는 기초학문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실례를 만드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본의 아니게 글이 길어졌습니다.
마지막 단락은 저의 욕심이 약간(?) 담긴 바램이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싸이엔지 회원 여러분,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
즐겁게 연구하세요..

-  지구물리학자




 
 

 
 
소요유 (2004-12-29 11:48:09) 
 
Cool! 
 
 
 
박상욱 (2004-12-29 11:58:48) 
 
싸이엔지의 힘!

추천 백만스물세표 
 
 
 
황인태 (2004-12-29 12:34:38) 
 
ㅎㅎ 속이 시원해지네요. 건승하시길...^^ 
 
 
 
배성원 (2004-12-29 12:59:27) 
 
오호. 좋은 가르침입니다. 저도 추천 하나. 
 
 
 
최성우 (2004-12-29 13:36:06) 
 
좋은 게시물로도 추천했으면 합니다... 
 
 
 
maossi (2004-12-29 13:38:28) 
 
국내 사례

1. 1983년 동해중부 지진해일

가장 높은 기록은 거진, 속초, 주문진에서는 0.5-1.0m, 강현, 동산리, 강릉, 울롱도동에서 1-2m, 울진, 삼척에서 3m, 임원에서 3.5-4.0m, 울릉도 현포에서 4-5m의 지진해일이 도달했다고 1983년에 보고되었다. 최근의 추가 조사에서는 임원항에서 7.15m가 관측되기도 하였다.

2. 1993년 지진해일

오산항에서 죽변항에 이르기까지 최고 0.8-2.5m 의 지진해일이 관측되었다. 
 
 
 
최성우 (2004-12-29 13:39:15) 
 
그리고 동해의 지진해일이 울진 근처로 에너지가 집중된다면, 그 부근의 원자력 발전시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겠군요... 
 
 
 
혜덕 (2004-12-30 03:10:23) 
 
Oh... 좋은글이네요^^*
지금 학생으로써 관심가졌던 분야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에 퍼갈께요... 

  • 익명좋아 ()

      어떤 목사가 그러는데요, 지진은 하나님께서 진노해서 하나님 안 믿는 사람 죽이는 방법이래요.

  • guru ()

      지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던 중
    이 글을 접하게 되었네요.

    감사하고요. 제 홈페이지로 살짝 퍼갈께요.
    출처는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

  • 송인선 ()

      지질과 관련된 좋은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답변에 추가하자면, 연직 변위가 있어야만, 파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발생한 파동은 사방으로 전파할 수 있지만, 관심의 대상은 해안으로 전파하는 것이겠지요. 해안으로 전파하면서 해수면이 얇아지는 것을 느끼는 파동은 점차로 그 전파속도(위상속도)가 작아지게 됩니다. 작아지는 위상속도를 갖는 파동은 점차로 해수가 해안으로 전파하는 평균 속도 (거의 0)와 가까와지면서, 그 진폭이 증폭됩니다. 이러한 증폭은 항상 그 이전 시간에는 해안에서의 급격한 "-"의 파동의 증가를 동반합니다. 이렇게 증가된 진폭을 갖는 파동이 해안으로 덮치면, 해안에 있는 사람들은 수m 혹은 수십m의 진폭을 갖는 파동을 겪게됩니다.....

  • 김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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