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대한 단상 - THQ

글쓴이
scieng
등록일
2004-12-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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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런던에 얼마간 살아보고 또 세계 여러 선진국들을 여행해 본 경험에 의하면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다른 무엇 보다도 '삶의 여유' 인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일단 길이 막혀도 자동차 경적 소리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어디에서건 줄을 잘 서고 앞 사람 때문에 시간이 지체된다고 해서 좀처럼 투덜거리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한 시간 동안 일을 하면 맥도날드의 셋트메뉴를 가볍게 사먹을 수 있다는 것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제도가 잘되어있고 경제가 튼실하고 한국과 같은 노가다형 산업구조가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혁신형 산업구조가 국가의 경제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죠.


선진국들은 무엇보다도 사회 구성원간 지켜야 할 룰을 서로가 잘 알고 또한 서로가 잘 지켜나간다는데에 있다고 봅니다. 또한 사회지도층이나 정치인, 관료들의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한국처럼 너그러움(?)과 관용(?)을 베풀지않고 가혹하게 처벌을 한다는 점도 있고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은 역사적 경험을 떼어놓고는 설명될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만 명이 학살당했다고 알려진 동학운동부터 시작해서 일제의 식민지배, 인구의 10%가 죽거나 다친 6.25전쟁, 당대 최고 학부의 하나인 프린스턴을 나왔다는 이승만 정권 하에서 제주도민 4만명을 학살한 43사건, 무고한 사람들을 10만 명이나 빨갱이로 몰아 학살한 보도연맹 사건, 전쟁에 내보내려고 징집한 젊은이들을 5만 명이나 굶겨 죽이고 얼려 죽인 국민방위군 사건(이 정도면 르완다나 보스니아보다 나을 것이 없었겠지요?) 등등 이어지는 독재의 40년 동안 워낙 모진 근현대사를 맨몸으로 살아오면서

사회지도층으로부터 계속 배신만 당해온 역사적 경험때문에 사회 구성원들간의 약속이란 것을 존중해 볼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것이, 지난 40년 간의 경제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선진국의 사는 모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 봅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사실, 명치유신 전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나은 점이 없었습니다만, 개항 후 근대화 과정에서 양심적인 리더들이 잘 이끌었기에 당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세계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클 수 있었지요. 일본돈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근대화 시기의 리더들입니다. 왜놈들이 얼마나 이들을 존경하는 지를 알 수 있지요.

양놈들은 아직도 일본이라면 한 수 접고 보아 줍니다. 우리나라가 아직 자전거 정도만 만들던 시절에 항공모함을 만들어서 미국에 대항했고, 핵개발만 하더라도, 2차 대전때 독일과 더불어 일본도 착수했지만 미국에 선수를 빼앗겨 결국은 핵공격을 당했지요. 많은 외국인들을 겪으면서 갖게 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물론 마음에 안 드실 분들도 많겠지만), 일본이 없었다면 아시아는 양놈들에게 아마 아프리카 정도의 수준으로 인식되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일은,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제가 만난 미국인들은 생선회나 초밥을 먹는다는 것에 대부분 역겨움을 표시했지만, 2000년 경에 가서는 오히려 생선초밥을 젓가락으로 제대로 집어먹는다는 것이 교양인의 기본적 소양인 것처럼 여기더군요. 불과 20년도 안되는 동안에 이처럼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일본의 경제적 약진도 일조한 바 있겠지만, 해외로 많이 나간 일본인들의 모범적인 모습도 크게 기여한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 입니다만, 많은 양놈들은, 미국을 포함해서 유럽 애들도 동양인을 만나면 먼저 일본인이냐고 묻고 일본인이라면 우호적으로 대하지만,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라면 좀 실망하는 듯한 반응을 보입디다. 이건 제 경험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또 한가지를 들자면, 당연한 얘기겠습니다만, 선진국들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있고 따라서 공무원들의 부패가 없거나 있어도 매우 적다는 점일 것입니다. 독재정권들은 그들의 정통성 기반이 약하므로 그들의 통치도구인 공무원 집단을 부정부패로 끌어들여 공범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르코스가 등장하기 전에는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가는 경제력에 사회질서도 선진적이었습니다. 50년대에는 우리나라가 필리핀으로부터 경제 원조를 받는 처지였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나라는 해방되고 나서 바로 이승만 독재정권이 들어서는 바람에 공무원 집단이 태생부터 부정부패가 체질화된 것입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지요.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선진국 사람들이 여유있고 우호적이라 해서 그들이 한국을 그들과 동급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이 일궈놓은 선진사회는 일본인에게는 우호적일지 몰라도 그 나머지 동양인들에게는 우호적이지 않거든요. 서글픈 얘기입니다만, 양놈들과 많이 부대끼며 지내게 된 경험에서 나온 생각입니다. 그들과 비교해서 국가의 능력과 수준이 동급이 될때 비로소 우호적으로 나올것입니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우리가 경제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해온 저력이 있듯이

민주화/선진화/과학기술발전/산업구조 첨단화/국력증강도 동일한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제 3세계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3세계 나라로서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전할수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희망을 갖고 노력합시다.

SCIENG가 그 주역이 될수있다고 봅니다.



 
 

 
 
cantab (2004-09-22 10:53:54) 
 
저도 유럽에 몇년 살면서 느낀건데 확실히 일본인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우가 그리 나쁘지많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동유럽 구공산권국가 국민들보다 우대받는다고 해야할까요. 그러나 확실히 동급으로 대한다기 보다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많이 컸다는 그래서 기특하다는 식으로 대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시 모든 면에서 동급수준의 국가가 되어야만 진짜로 대등한 위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돈만 많는거 하나로는 싱가포르 사람들처럼 경멸의 대상이 되기 딱 좋죠. 

  • 익명좋아 ()

      영국에서 유학을 해 본 관계로 돌아보면, 한국이 그런 선진국이 되면 정말 심심한 나라가 될 것 같습니다. 촛불집회 없는 한국, 이명박같은 대통령이 없는 한국, 국가보안법이 없는 한국, 과연 대한민국일까요? 택시기사들이 교통법규를 지키는 대한민국은 정말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전, 그 날이 오면, 재미 없어서 태국으로 이민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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