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생활 두달을 넘기며....

글쓴이
백수
등록일
2002-09-26 01:02
조회
4,2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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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건
국내박사+국내직장경력+미국포닥경력으로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한지 벌써 두달이 넘어가네요.
여기저기 짧은 답글에서 투덜대기만 하다가,
큰맘먹고 한토막 써볼까 합니다.
아마 현재 미국에서 귀국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국내 박사들에게 저의 경험담이 참고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요.

두달 놀면서, 학문에 대한 애정이 많이 식어버려 너무 서글프네요.
국내에서 관련분야 전문가들에게 협조를 요구했으나,
다들 냉담하네요.
그동안 미국서 쓴 논문, 리뷰 온 거 수정해서 돌려보내어 게재되기로 한거 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학자로서의 모습에 마지막 인사를....

미국서 한국에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그래도 한국서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던 저의 어리석음에 건배!
차라리, 인맥 동원해서 부탁해놓고, 골프나 치고 있었으면 되었을 걸....
어렵사리 발령이 난 곳에서 이주비와 항공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취업을 철회하였습니다. 가족들이 불쌍하기도 하지만, 비굴하게 살수가 없었어요.
저는 단지 인터뷰한다고 휴가내고 와서 왕복 비행기표 받아 챙기고, 남은 기간동안 여행이나 다니는 넘들과 같이 되지 않으려고 했었을 뿐인데....
어찌 외화 낭비하지 않고 국내에서 기다리던 나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얘기를 하는 것일까?

세상에 믿을 사람없다는 것이 진리라는 것이 너무나 무서워요.
일단 국내로 들어오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
내가 왜 그런 멍청한 결정을 하였을까?
아마 월드컵 신드롬 때문이었던것 같아요.
붉은 물결을 미국에서 티비로 보면서, 뭔가에 홀렸던것 같아요.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것은 미국의 공무원들이란것.
두달 놀고 있는데, 집으로 J1 비자 웨이버 서류가 날아왔네요.
미국서 짐싸고 아파트에 남겨둔 한국주소.
아마 우체국에서 부쳐준것 같아요.
미국 공무원들 별로 좋게 보지 않았는데, 돈 받은 만큼은 해주네요.

결국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인가요?
미국으로 다시 가자고 보채는 아이를 보면서, 담배만 피워대야 하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


  • 회전목마 ()

      흑흑흑~ 나두 빨리 석사 마치고 더 늦기전에 삼송 캐X탈 같은데로 날라야겠군요.  눈물이나네~~~

  • 천칠이 ()

      평소 백수님의 글과 생각을 즐겨 접하는 저로서 참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백수님과 같은 상황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시스템 오류의 명백한 증거로군요. 갑자기 서서가 떠오르네요.  어서 기운 기운내시고 다시 학자로서의 모습을 되찾으시기 바랍니다.

  • Myth ()

      한겨레 게시판에서 시작되어 이 site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여러 논객 여러분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전공은 다르지만, 백수님의 시니컬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논리에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지금 많이 힘드시겠지만 저같은 후배를 위해서라도 연구를 계속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족. 백수님의 논리 전개 방법은 제 글쓰기 모델 중 하나입니다.

  • 김덕양 ()

      옷- 기운내십시오. 요즘 정말 웨이버 받기 힘들다던데...역시 백수님의 실력이 출중하다는 것의 증거입니다. 앞으로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기를.

  • 소요유 ()

      백수님, 현재 가장 편해지고 행복해지는 생각을 하시라고 권해드립니다.  과학자는 아무리 어려워도 근본을 지키는 것이 살아남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과학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변설가들과 같아서 현대사회에서 국가를 초월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백수님의 마음을 읽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가끔은 '민족주의자'를 뛰어 넘는 '휴머니스트'가  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뱀다리 : '시류'는 가끔 눈앞에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듯 '관조'할 필요도 있고 (유체역학의 오일러리안), 한편으로 시류에 몸을 싣고 가면서 느끼 것 (라그랑지안)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근본'을 지키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 소요유 ()

      뱀다리 둘 :  과학자는 자기 앞길을 학문적 이유만으로 선택해야 보다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달아나는 무지개는 내가 정지해야만 서 있습니다. 조국이라는 것은 가끔 무지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요생각-

  • 소요유 ()

      뱀다리 셋 : 다리가 셋 달린 나라에서 다리 둘 달린 넘은 '이상한 넘'일 수 있습니다.  힘내시고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 긍정적인 방향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내 것은 가끔 저 산 넘어에 있기도 합니다.  -소요생각2-

  • 사색자 ()

      백수님, 저도 좀있으면 박사실업자 행렬에 동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_-; 부디 백수님의 처지가 잘 풀려서 님의 희망과 성공이 저에게 등대의 등불이 되어주시기를...

  • 정문식 ()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저도 전에 '포닥'이란 아이디로 시작했던 백수님의 글들을 읽고 많은 감명을 받았는데, 백수님처럼 뛰어나신 분을 사장시키는 '대한민국'이란 곳이 참 원망스럽군여... 그것을 보면서 자신들의 시스템은 개선하지 않으면서 우수 인력만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후 용도 폐기하려는 대학과 기업들의 행태에 분노를 느낍니다. 지금까지는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어떻게 경제 기적을 이룩했지만,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앞으로 과학기술 지식이 정치와 경제, 사회문화를 움직이는 체제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암담하시만 합니다. 비록 타의에 의해 한국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먼저 내가 잘 되고 나서야 나라 걱정을 할 여유도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슴아픈 일이지만, 일단은 미국에 가셔서

  • 정문식 ()

      과학자로서의 기반을 잡고 업적도 많이 남기시는 것이, 백수님과 님의 가족, 그리고 전체 인류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학자로서의 명예는 고사하고, 생계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애국'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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