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참고] 과학사상 아주 유명한 사기사건 하나...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2-09-2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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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책/칼럼 란에 올린 '연구개발과 한탕주의'라는 제 글에서 이런 문제들을 언급을 했는데, 또 비슷한 일이 벌어졌군요... (이번 경우는 고의적인 사기인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몇년 전 일본에서도 '구석기 시대 유물'을 날조한 것이 밝혀져서 큰 파문이 일었는데, 과학사상으로도 이러한 사기사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아래 글은 3년 전에 낸 제 첫번째 책에 나오는 내용인데, 참고가 될 것 같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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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상 최대의 가짜발견 - '필트다운 사건'

최 성우 (hermes21@nownuri.net)
- '과학사 X파일(사이언스북스)' 中에서 -


그럴듯한 말로 사기를 치거나, 남을 속이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
서나 있기 마련이듯이,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사기꾼들'의 예가
적지않다. 1992년 무렵인가 우리나라에서도 해저유물발굴단이 '충무공이 거북선
에서 썼던 별황자총통'을 임진왜란 당시의 격전지였던 해역의 바다밑에서 발굴
했다고 떠들썩하게 발표하고 국보로 지정까지 되었다가, '가짜'를 만들어서 미리
바다에 빠뜨린 후 건져 올렸다는 사실이 뒤늦게야 들통난 적이 있었다. 물론 국
보지정도 취소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허술하게 국보로 인정 받을
수 있었느냐고 개탄하기도 하였는데,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과학사에도 꽤 있다.
그중에서도 인류 조상의 두개골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이른바 도슨의
'필트다운 사건'은 매우 유명하다. '거짓은 언젠가는 탄로난다.' 는 지극히 평범한
교훈을 되새기면서 이 경우를 알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싶다.

영국의 옛 서섹스주 필트다운(Piltdown) 지방의 시골 변호사이며 아마추어 고
고학자였던 찰스 도슨(Charles Dawson; -1916)은 1911년 무렵, 필트다운 지역의
한 자갈층에서 인류조상의 것으로 보이는 몇개의 뼈를 발굴했다고 발표하였다.
두개골 파편과 이빨이 달린 턱뼈를 감정한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아더 스미드 우
드워드(Arthur Smith Woodward)는 이것이 약 50만년전 쯤의 인류의 조상인 원
인(原人)의 뼈라고 주장하였다. 함께 발굴된 동물의 화석들이 약 50만년전의 것
이라는 사실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우드워드의 주장에 반대한 학자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턱뼈가 원인(原人)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원숭이의 것과 닮았다는
것이 그들의 견해였다.
그 당시는 다윈의 진화론이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되어, 인류와 유인원이 같은
조상에서 출발하였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다만, 유인원에서
인류로 넘어오는 진화의 과정에서 그것을 잇는 존재, 이른바 '잃어버린 고리'
(Missing Link)가 충분히 발견되지 못하여, 그것을 찾아내려고 많은 학자들이 열
을 쏟고 있던 중이었다. 이른바 이 '잃어버린 고리'에 관련된 논쟁은 오늘날에도
마무리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 이것이 충분히 발견되지 못했다는 것이 인류진화
를 부정하고 소위 '인류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가 되기도 한다.
우드워드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양쪽에서는 상당한 논쟁이 이어지
던 중, 1915년 도슨은 또 한벌의 두개골과 턱뼈를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
것은 좀더 온전한 형태로 발굴되었으므로, 우드워드의 주장이 옳은 것으로 결론
지어졌고, 도슨은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낸 인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원인의 명칭도 그의 이름을 따서 '가장 오래된 인류'라는 뜻의 '에오안트로푸스
도스니 (Eoanthropus Dawsoni)'라고 명명되었고, 혹은 발견된 지방이름을 따서
'필트다운인'이라고 불려 지기도 하였다. 이 필트다운인은 제2-3 간빙기에 살았
던 가장 오래된 인류로 간주되었고, 인류학, 지질학, 선사학의 권위자들이 앞다
퉈 이를 보증하였다. 도슨은 영국의 학계, 사회로부터 큰 지지와 찬사를 받았고,
필트다운인에 관련된 논문이 200여편이나 출판되었다.

도슨은 이듬해인 1916년에 죽었으나, 이상하게도 그 이후에는 필트다운에서 원
인의 뼈가 전혀 발굴되지 않았다. 그뿐아니라, 이 필트다운인의 특징은 매우 이
상해서, 이후의 발견들로 차차 밝혀지게 된 인류진화계통의 그 어디에도 분류해
넣을 수가 없었다. 즉, 다른 화석인류들은 뇌가 비교적 작고 이빨이 진화한 반
면, 필트다운인은 그 반대였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의문을 품기에 이르렀다.
1948년 대영박물관의 케네스 오클리(Kennes P. Oakley) 등의 몇 학자가 드디어
이 '필트다운인의 비밀'을 밝혀 내려고 도전하였다. 그들은 불소 연대측정법, X
선투시검사, 질소 함유량 검정 등의 온갖 첨단방법들을 동원하여 1953년 결국
수수께끼를 풀어 내었다. 필트다운인의 두개골은 비교적 오래된 다른 원인의 것
이었으나 턱뼈는 현생 오랑우탕의 뼈를 가공하여 붙인 것이었고, 표면에 약을
발라서 오래된 것처럼 꾸몄던 것이다. 함께 발굴된 50만년전의 동물화석들은 세
계 각지에서 모아서, 필트다운의 자갈층에 가짜 원인의 뼈와 함께 묻었다가 다
시 파낸 것이었다.

찰스 도슨은 생전에는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낸 과학적 대발견을 이뤘다는 찬
사를 들었을지 모르나, 오늘날에는 원인 발굴사상 '최대의 사기극'을 꾸민 장본
인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쓰고 있다. 혹자는 도슨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도 화석발굴꾼이나 다른 학자에게 속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
나,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의 오명이 쉽게 벗겨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가 조
작했는가 하는 '필트다운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에 빠져
있다.
그러나, 발굴 당시 권위있는 학자들이 떠들썩할 정도로 지지와 찬사를 보냈고,
수많은 관련 논문들이 쏟아지는 등 한때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감안
해 보면, 단순한 사기극으로 치부하기에는 씁쓸한 구석이 많으며, 오늘날까지도
도 의미있는 교훈을 준다고 할 것이다.

  • 소요유 ()

      저도 하나 생각나는데 '다이아모드 합성' 과 관련된 사건이 하나 있지요.  그 과학자 이름은 잃어버렸는데 다이아모든를 합성하려고 노력하다가 실패를 거듭하게되자 제작 몰래 다이아몬드를 시료에 넣어 성공한 줄 알고 발표한 다음 타계한 사람말입니다.  뭐 이런 경우는 사기극이라고 할 수는 없게죠.

  • 최성우 ()

      소요유님이 언급하신 '가짜 인공 다이어몬드 합성' 사건도 제 책의 바로 윗 글 뒤에 실려 있습니다만...  (다른 업적으로) 노벨화학상까지 받았던 프랑스의 화학자 앙리 무아쌍의 경우인데, 제자(조교)가 "스승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몰래 가짜 인공다이어몬드(=천연 다이어몬드)를 넣었다가 스승이 타계한 후에 고백한 사건이지요.  인공다이어몬드 합성 건은 그밖에도 '사기성 발표'가 농후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미국의 물리학자 브리지먼의 고압물리학 연구 결과로 1955년 GE에서 합성한 것이 최초의 인공 다이어몬드로 '공인' 받고 있습니다.     

  • 소요유 ()

      앗 그렇군요. 최성우님 책 꼭봐야 겠군요.  센세이셔녈리즘에 대하여 전 일정부분 필요악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현대 언론 미디어 특성상 부풀리는 정도를 지나  '거짓말'까지 들어가면  큰 문제입니다.  이와는 다르게 제 경험을 살펴보면 관측이나 실험 자료를 해석하는 중에서  의도적으로 빼보면 어떨가 하는  넘들이 많게됩니다. 물론 그에 대한 충분한 타당성을 고려하지만 자신의 이론이나 보는 방향을 위하여 좀 '맛사지'하는 일이 생길 수 있죠.  Q&A에 어떤 분이 올리셨 듯이  실험결과나 관측자료는 당사자만 빼놓고 다 믿고, 이론적 계산결과는 당사자만 빼놓고 아무도 안믿는다고 하더군요.

  • 소요유 ()

      제가 들은 이야기로는 요즈음 한국에서 잘나가는 어떤 분야 (밝히면 개 떼처럼 달려 들겠죠?)  논문은  '결과에 맞추는 실험'을 한다는 군요. 아니면 실험 결과를 어는 선에 억지로 맞추든가. 제가  그쪽 사람들의 일을 컴퓨터작업 자주해주는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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