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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노벨상 밑거름은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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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식 작성일2002-10-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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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 일본이 노벨 수상자를 두 사람이나 한꺼번에 배출했다. 일본 열도는 모처럼 찾아온 희소식에 어깨를 으쓱대고 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들고 일본이 16강에서 탈락했을 때 느꼈던 것과는 정반대의 기분이 든다.
일본은 과학분야에서 벌써 10명에 가까운 노벨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우리는 왜 한 명도 못 내고 있을까.
우선 우리보다 과학 연구를 시작한 역사가 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면에서 후발국가인데도 많이 따라잡은 것을 보면 10대 0 이란 노벨상 점수는 그것만이 이유일 수는 없을 것 같다. 다음으로 국가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온 차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예를 들면 체육 투자에 비해 과학기술 투자가 합리적으로 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경제논리''에만 매달려 금방 돈이 안 되는 자연과학의 기초를 다지는 데는 퍽 인색한 것도 그 이유가 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과학의 체질 개선''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명장 히딩크 감독이 주장한 것처럼 축구에 있어서는 기초체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월드컵을 통해서 느꼈을 것이다. 과학에서도 역시 ''기초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운동 선수가 잘 뛰기 위해서는 적당한 영양식을 해야 되는 것처럼 과학에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되겠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창의력을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말살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과학고등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이 부모들의 경제논리에 밀려서 과기원 대신에 ''한의대''를 택하고 있다.
한의대에도 물론 우수한 학생이 필요하지만 물리나 화학처럼 창의력 발휘가 그렇게까지 요구되지도 않고 있으며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 역시 그렇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물리학상을 받은 고시바 교수의 경우 1970년대 후반에 ''물질 불멸의 법칙''이 옳지 않다는 조금 구름 잡는 주제로서 일본 정부로부터 100억원이라는 거금의 연구비를 따서 폐광이 된 가미오카 아연광산 땅속 깊숙이 거대한 검출장치를 건설함으로써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원래 검증하려던 물질 불멸의 법칙이 아니라 우주에서 폭발하는 초신성이 쏟아 붓는 ''중성미자''라는 소립자를 우연히 검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 예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경제적인 수익이 전혀 보이지 않고 허황하리만큼 ''창의적''이고 불확실한 연구에 일본 정부가 거액을 선뜻 투자한 것이고, 과학은 기대하지 못한 일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만가지 공식을 알고 많은 지식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단 한가지라도 남이 모르는 일을 발견하는 데 있다. 상상력이 없고 창의적인 생각에 바탕을 두지 않는 노벨상은 없다. 과학의 기초체력은 상상력에 바탕을 둔 창의력이라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은 수능시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학원''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과학은 교과서 속의 공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서 터지는 초신성 속에 있고 산비탈 바위에 붙어 있는 파란 이끼 속에 숨어 있다. 과학의 학원은 강남의 유명 학원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자연이란 학원 속에 있는 것이다.
국가가 투자 우선순위를 높여 주고 학생들이 창의적 연구사례를 피부에서 느끼도록 하며, 학부모들이 경제논리에서 한 발 물러서 주면 노벨상 역시 우리에게 다가오리라 믿어진다.
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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