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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물리 올림피아드

한삼희 논설위원 shhan@chosun.com

입력 : 2004.07.23 19:27 58'

조선과 중국의 당대 최고 수학자가 실력을 겨룬 적이 있었다. 중국의 천문과학자 하국주(何？柱)가 사신으로 조선을 찾아와서 산학자(算學者) 홍정하(洪正夏)와 만났던 1713년 5월 29일의 일이다. “두 정사각형의 넓이의 합은 486평방자이고 큰 정사각형의 한 변이 작은 쪽의 한 변보다 6자가 길다면 두 정사각형의 각 변의 길이는 얼마요?” 요즘의 중학생 정도면 풀 수 있을 수준의 문제들이 오고 갔다.

▶결과는 홍정하의 완승이었다. 구형(球形)에서 그 안에 꽉 차게 들어가는 정육면체의 부피를 빼는 문제를 홍정하가 냈더니 하국주는 “너무 어려우니 내일 답을 주겠다”며 물러섰다고 한다. 다음 날에도 하국주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 조선에선 쌀이나 면포(綿布) 등 현물로만 받던 세금을 화폐로도 받는 대동법이 시행되면서 현물 간의 가치를 비교하는 방정식 수준의 산학이 제법 발달했었다. 서양에서는 스위스의 베르누이 형제에 의해 미·적분학이 꽃을 피우던 때였다.

 ▶포항공대에서 열린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한국 학생들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2학년생만으로 대표단이 꾸려진 것치고는 대견한 성적이다. 73개국 332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우승은 중국에 돌아갔다. 중국은 출전한 5명의 학생이 모두 금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모두 28명이 금상을 탔는데 중국에서 가장 못한 학생이 14등이었다.

▶중국은 이달 중순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렸던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참가한 6명이 모두 금상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작년 도쿄대회에서 6위였던 한국은 12위로 내려앉았다. 얼마 전 한·중·일의 이공계 고교생과 대학생의 실력을 측정해서 작성됐다는 일본 국제과학재단의 보고서가 공개돼 충격을 줬었다. 그 테스트에서 한국의 이공계 대학 4학년생들의 물리실력(평균 22~34점)은 중국(47~54점)과 일본(33~68점)의 최하위 수준보다도 못했다.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각 분야 종사자들에게 ‘가장 좋은 나라’를 선정해 발표했다. 기술관료들에게는 중국이 천국이라는 게 뉴스위크의 평가였다.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모두 이공계 출신인 나라가 중국이다. 과학과 수학 경시대회에서 나타나는 ‘중국 싹쓸이’ 현상은 그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중국은 뛰어가는데 우리는 뒷걸음질 치고 있으니 10년쯤 뒤면 두 나라의 과학실력 격차가 까마득하게 벌어져 있을 것이다. 300년 전 조선의 체통을 살렸던 홍정하가 탄식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