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현상의 진짜 원인은? - 인과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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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등록일
2002-11-0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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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올려진 글들을 읽어보니, 일단 지금까지 열거되는 이공계기피현상에 대한 직접적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공계 연구인력에 대한 대우미비 (연봉에서 의사,변호사,회계사등에 비해 낮은 대우)
(2) 이공계 직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 (40대전후가 되면 연구직을 그만두고 승진해 관리직으로 옮기거나,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현실. IMF이후 더욱 심각해짐)
(3) 연구개발직에 대한 차별로 인해 연구개발자가 높은 지위에 올라간 예가 적음 (옛날부터 기술직, 중인계급을 차별한 역사적 경험)
(4) 어려운 수학,과학을 기피하는 풍조 (배우기도 어렵고, 배워도 쓸데없다는 생각)
(5) 합리성, 전문성보다는 인간관계와 융통성을 중요시하는 사회분위기 (지연,혈연은 바꿀수 없지만 학연은 바꿀수 있으며, 좋은 학연을 만들어 출세하기 위해 대학가지, 대학에서 배울건 없다는 분위기)

그런데 위의 원인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갑자기 생긴 현상은 하나도 없읍니다. 다시말해 이공계 기피현상은 최근 갑자기 나타난사회현상입니다만, 그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래왔거나, 아니면 꼭 이공계뿐 아니라 다른 분야들도 겪는 문제인 것입니다. 원래부터 엔지니어나 연구원의 평균연봉이 의사,변호사에 비해 높았던 적은 없었읍니다. 그리고 IMF때 많은 직장인들이 원치않게 회사를 그만두거나  젊은 나이에 퇴직을 했지만, 꼭 이공계만 그랬다고 볼수는 없읍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였으며, 차라리 전문지식이나 가지고 있었던 이공계인력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높은 지위에 올라간 연구개발자가 적다고 하지만, 이것 또한 옛날부터 그래왔던 현상이지 갑작스럽게 생긴 흐름이 아닙니다. 수학,과학이 원래부터 어려웠지 최근에 갑자기 어려워진것도 아니지요. 인맥,지연,혈연이 중요시되는 사회분위기 또한 최근에 생긴 현상이라고 볼수 없읍니다.

따라서 위의 열거된 원인들은 갑작스런 이공계기피현상의 원인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진짜 원인들은 이것들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가) 민주화로 인한 국민들의 의식변화.
최근 몇십년간의 성공적 경제발전으로 인해 기본적인 삶이 윤택해졌읍니다. 그리고 87년 6.29선언이후 여러분야에서 민주화가 진행되기 시작했지요. 그런 시대 변화로 인해 집단적 기준을 중요시하던 사람들의 생각이 개인적 삶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바뀌었읍니다. 따라서 대기업에 들어가 어떤 대규모집단속에 속해야 진가를 발휘하는 이공계분야보다는 개인이 창업하기 쉬운 의사,변호사, 회계사 그리고 소규모 사업가 (일명 벤쳐)가 더 부러움의 대상이 된것입니다. 90년대말-2000년초의 벤쳐붐과 의약분업과 맞물린 의사들의 창업열풍은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때문에 생긴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거에는 3대고시라고 사법,행정,외무고시가 인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법고시가 독보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읍니다. 이또한 정부나 외무부같은 대규모 조직에 들어가기보다, 개인이 자기 삶을 리드하면서 인생을 영위하고 싶어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가치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산업 발전의 정체.
몇십년전 만해도 국가와 관료가 계획해서 중화학공업이나 조선공업, 전자,정보통신 산업등을 중점산업이라고 지정하면, 그산업에 집중적으로 돈을 투자해서 제품을 만들고 만들어진 제품을 국내외에 팔아 이익을 얻었지요. 하지만 그당시 집중적으로 투자한건 돈뿐 아니라 인재도 투입했읍니다. 그들 중점산업이란게 100% 이공계인력을 필요로하는 산업이었으니, 어디에서건  이공계인력을 절실히 원했고, 그랬기때문에 이공계인력들이 대접을 받았읍니다. 하지만 90년대 말부터는 이런 새로운 중점산업을 기획하지 못하고 있읍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요산업들은 80년대까지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내용도 혁신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읍니다. 우리나라는 90년대부터 중점산업을 새롭게 기획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산업발전또한 정체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작용이 가장먼저 이공계기피현상으로 나타났다고 볼수있읍니다.  한마디로 필요한 인력에 비해 사람이 너무많으니 과거보다 대우가 떨어지는 것은 피할수 없겠지요. 

(다) 이공계 대학인원 증원
오히려 이공계대학정원을 줄여서 산업구조변화에 적응했어야했는데 90년대 상황은 정반대로 나갔읍니다.  90년대부터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공계정원을 대폭 증원했읍니다.  시설이나 설비의 보강에 비해 대학정원을 크게 늘였으니 교육의 질이 좋아질수가 없읍니다. 이공계인력에 대한 사회상황은 악화되었는데, 질은 더떨어진 인재들이 90년대말부터 배출되니, 이공계인력 기피현상은 산업계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라) 대학가의 고시 열풍.
사법고시,외무고시,행정고시에 대한 인기는 원래부터 있었읍니다만, 80년대말까지만도 몰래 공부하는 분위기였읍니다. 고시공부한다고 티내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던 시대 분위기가 90년대들어 바뀌었읍니다. 알다시피 고시공부는 주어진 Database를 암기하면 되지만, 과학기술 공부는 기본적으로 Database를 창조하는 연구이죠. 창조하는 연구가 암기하는 공부에 완전히 져버린 시대가 9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이것이 서울대를 중심으로 전대학에 확산된것이 90년대중반 이었읍니다.  이시기와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해지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합니다.

또 있을까요?
 
 
 

  필립 지방근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서울집중현상이 특히 심하지요. 정치,경제,문화,예술...다 서울에 있습니다. 지방에 있는건 농지/공장/연구소/항구가 다지요. 지방 근무시 미혼자 같은경우는 상대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2002/08/16 x 
 
  인과응보 또하나, 최고급인력을 필요로하는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육성의 실패가 있겠군요. (나)와 같은 의견일수도 있겠지만, 정말 뛰어난 이공계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게 우리나라 산업입니다. 박사도 다같은 박사가 아니고 실력차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30대초반에 박사따고 사회에 나가면 박사초봉이 거의 똑같습니다. 1년에 쏟아져 나오는 박사의 연봉이 편차가 거의 없다는 의미는, 그 연봉기준이 가장 능력없는 사람기준으로 되어있다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2/08/16 x 
 
  인과응보 지방분산정책이 시작된지는 30년이 지났읍니다. 강남 아파트 투기현상처럼, 30년간 실시하고도 이처럼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는 정책도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하여간 이공계기피현상과는 시간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말해 지방분산정책실패와 최근의 이공계기피현상과 간접적인 관계는 있겠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글쎄요. 판사발령받으면 지방으로도 많이가지만, 그렇다고 사시열기가 떨어지지는 않쟎아요? 2002/08/16 x 
 
  최성우 인과응보님이 비교적 여러가지를 잘 정리해 주셨는데, 말씀하신대로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을 제공한 것들은 최근 몇년 새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상당히 오래전부터도 있었던 것들이 많고, 그 뿌리가 매우 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표면화되지 않았던 것 뿐이지요(즉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왔던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최근의 여러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으로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물리학에서 비유를 하다면, 드디어 임계지점(Critical point)에 이르러 상전이(Phase Transition)의 단계라고나 할까요...?  2002/08/16 x 
 
  최성우 이공계 기피 현상에 불을 지른 최근의 몇가지 직접적인 계기로는 1)IMF 이후 연구원들의 대거 퇴출 2) (그 직후 그나마 이공계에서 많은 기대를 걸었던) 다수 벤처기업들의 몰락과 부도덕성 노출 3) 의약분업의 과정 중 의사들의 파업과 정부의 대거 양보 등에 인한 의사들의 고소득 경향 더욱 심화, 그로 인한 이공계의 상대적 박탈감 격화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2002/08/16 x 
 
  최성우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원인 하나는... 그동안의 뿌리깊은 불이익과 차별,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바로 과학기술인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된 적도 없거니와, 이를 대변할 변변한 단체나 기구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노동자에게는 노총이나 민노총, 의사에게는 의협, 교사에게는 전교조나 교총 등...) 이제야말로 바로 과학기술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Scieng 같은 커뮤니티 등...) 단체, 기구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합니다.  2002/08/16 x 
 
  임호랑 인과응보님이 한번 생각해볼만한 화두를 던지셨군요. 잘 지적하셨다는 생각입니다. 문제를 정확히 알면 답은 저절로 알게 되지요. 더욱 이와같은 다양한 원인분석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2002/08/16 x 
 
  소요유 그렇습니다. 원인에 대하여 많은 분석이 이루어져야 겠지요. 잠재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이게 그동안 잠복했어도 문제가 없어 보였던 이유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표면화된 1차적인 이유가 인과응보님 말씀대로 IMF에 의한 사회전반의 상전이 (사회학적으로 발전된 개념이네요. 사회학자들이 이 개념이해할 수 있을까요 ?)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의 상전이에따른 각종 현상 중에 이공계 문제가 불거졌다고 생각됩니다.  2002/08/16 x 
 
  소요유 사실 이공계 문젠느 이공계 기피라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그 병인이 아주 뿌리깊어 보입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경제를 지탱해왔던 '과학기술자에 대한 환상'이라는 거품이 걷히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데 문제는 거품이 걷히고 나서 고통이 더욱커지니까 문제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2002/08/16 x 
 
  소요유 사실 IMF라는 것도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모순들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나타난 경제적인 현상으로 이해한다면 IMF 이후에 이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근원을 건드리지 않고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기때문에 그 후속 문제들이 증폭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어째든지 이 '사회의 상전이'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2002/08/16 x 
 
  정문식 인과응보님과 소요유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이공계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사상적 문제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IMF를 거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공부 잘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도 그러했지만, 이제는 '공부 잘 하는' 것조차도 '축복'이 아니라 '걱정거리'가 되어 버렸더군여... 오히려 '지적 능력'이나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통찰력보다는 보다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민감성, 소위 '영악함'이 보다 높은 가치가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 게시판이 잘 웅변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IMF로부터 빌려 온 돈은 모두 갚았지만, 이로 인한 정신적 황폐함은 앞으 2002/08/16 x 
 
  정문식 로 더욱 큰 후유증을 몰고 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 말고도 많은 나라들이(심지어 영국조차도) IMF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이처럼 정신 문화와 가치관이 붕괴된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지나친 비약인지도 모르겠군여... 그리고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이후, 근대 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합리주의'가 정당성을 잃어버린 것 또한 이공계 위기의 원인이 되지 않나 봅니다. 실제로 198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과 '과학'이야말로 사회와 역사를 진보시킬 수 있는 요소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80년대의 민주화 투쟁도 그러한 사고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져... 그러나 '현실사회주의'라는 합리주의 이데올로기의 붕괴는(그것이  2002/08/17 x 
 
  정문식 진정으로 '이성적'인 사회를 구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이성'에 대한 회의를 가져오게 되었고, 결국 이념의 공백은 '자유시장'이라는 우상이 지배하게 된 것입니다. 선진 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여기에 기인하는 것이 많져... 물론 사상적인 문제는 단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홉스봄의 말마따나 '역사'의 흐름에서만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논할 수는 없겠지만, 암에푸 이후로 심화된 가치관의 붕괴는 현실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공계를 떠나서 현재 한국 사회의 가치관의 붕괴를 방치할 경우, 빈곤과 야만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02/08/17 x 
 
  소요유 아전인수입니다만 예전에 03이 정당성없이 단지 대통령되기 위하여 호랑이잡으로 간다고 자기가 비난했던 정당에 몸담았을 때 전 다른 것보다도 '가치관의 문제'로 우리 세대가 혼란을 격지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인과응보님이 지적하신 정치민주화라는 것이 그런면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일시적인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안정되겠거니 했는데 잘못생각했나봐요. 오히려 가치관은 잘못되는 방향으로 증폭되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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