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스케이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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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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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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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름이 지났고 조금있으면 겨울이 된다. 어렸을때 서울에 있는 우리동네에는 겨울만되면 스케이트장이 생겼었다. 겨울방학을 맞이하면 업자들이 공터를 빌려서 적당히 물을 가둬놓았고, 날이 추워지면 자연히 물이얼어 천연스케이트장이 만들어지곤 했다. 그러면 나같은 동네꼬마들이 엄마를 졸라 얻은 푼돈을 들고나가 하루종일 스케이트를 타곤했다. 잘타고 못타고가 문제가 아니라, 겨울을 겨울답게 즐길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겨울 이외엔 스케이트를 못타는 것은 상식이므로...

그런데 어느사이에 시간이 흘러, 이제 서울에서는 겨울에도 스케이트를 못타게 되어버렸다. 더이상 서울에는 천연얼음이 스케이트장을 만들만큼 얼지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따스한 겨울... 뿐만 아니라 성능좋은 가스나 기름보일러에다 우수한 단열재를 잔뜩 넣은 주택덕분에,  내복을 입지않아도 겨울을 지낼수 있게되었다. 빨간 나이롱 내복을 기억하는 꼬마들이 얼마나 있을까... 요즘 몇년간 그랬으니 아마 올겨울에도 서울에 천연스케이트장이 생기는 것을 볼수는 없을 것같다.

그런데 이런 자연변화가 결코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란 것을 꽤 자라고나서 알게되었다.  경제발전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영향으로인해 지구역사상 가장 빠른속도로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온대에서 아열대 비슷한 날씨로 변하는 중이란다.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와 위도가 비슷한 일본 동경에는 열대지방에서나 서식하는 잉꼬가 대도시 주변에 살고있다고 한다. 또 남태평양에 있는 어느나라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나라전체가 바닷물에 잠겨서, 국민들이 이웃나라로 이민간다고 한다.  참 안됐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기후변화라니 어떻게 할수없는 것아닌가? 한국같은 조그만 나라에서 혼자 해결할수 없는 문제이니깐 말이다. 스케이트타고 싶으면 사시사철 문여는 롯ㅌ월드나 가면되고...

과연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태평양에 있는 그나라 사람들만 안된게 아니라 우리도 안됐다. 우선 여름에 에어콘 없이는 견디기 어렵게되었다. 아직 에어콘없이 여름을 보내는 가난한 사람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볼때 에어콘의 혜택을 집이건, 사무실에서건 입고사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에어콘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못사는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에어콘이 없이는 한여름 무더위를 넘기기 힘들게 되버린 것이다.  아직 수풀이 우거진 농촌지역은 괜찮지만, 뜨거운 엔진을 장치한채 질주하는 수많은 자동차들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덥히고, 개천은 복개되어 발산되는 열을 흡수할 곳이 없는 서울같은 대도시는 기계문명의 도움없이는 살아갈수 없게되었다. 이러다가 미국,이라크 전쟁이 잘못되어 장기전에 돌입하고,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까지 개입해서 아랍과 이스라엘간에 중동전면전이 벌어져, 국제유가가 70불 - 어느기관의 추정치 - 까지 올라가면 당장 내년 여름은 어떻게 살아야하나... 젊은 사람들이야 설마 이 더위로 죽기까진 않겠지만, 노약자나 어린아이들은 문제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 그뿐인가, 자연을 무시한 도시화는 사람의 마음을 상막하게 한다. 심지어 나무를 얼마나 심었는가에 따라 도시 범죄율이 달라진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나무와 숲이 사람의 심성까지 조절한다는데, 그럼 숲를 거의 볼수없는 서울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혹시 과거와는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윤택한 삶을 살게된 우리들이 아직도 마음의 풍요와 여유를 좀처럼 못느끼는 이유가 그때문은 아닐까? 또, 혹시 너죽고 나살자는 식으로 막나가는 우리나라 정치가들의 행동방식이, 자연보호를 무시한 도시개발과 경제발전과 무슨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그 사람들 모두 서울에 살고있지 않은가.

이 모든게 쓸데없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기우가 정말 기우로 끝나려면, 그것을 고민하는 소수가 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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