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기고] 이공계 학생에 특혜를 ........ 李愚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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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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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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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공계 학생에 특혜를 ........ 李愚日

지난주 일본 혼슈 남단 야마구치(山口)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 야마구치에는 메이지 시대의 제1 공로자로 꼽히는 이노우에(井上 馨) 대신을 기리는 동상이 있다. 그런데 2차대전 말기 극심한 군수물자 부족으로 그의 동상마저 공출해 가 지금의 동상은 그 후 다시 만든 것이었다. 일본은 또 2차대전 중에도 공과대학생은 징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근대 일본 제1 공신의 동상까지 철거할 정도의 비상 상황 가운데서도 공대생은 미래를 위해 놓아두었던 것이다.

이제 수시입시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입시철로 접어들었다. 올해도 수험생들의 인문계 선호는 여전하다. 자연계 응시생은 30%로 지난해의 27%보다 3%포인트 늘어난 것이 고작인데, 이공계 기피가 올해의 중요한 정책 현안으로 거론된 것과 교차지원을 금지한 것을 생각하면 전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이다. 예전부터 과학기술은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줄 수 있는 좋은 재료였다. 그렇지만 말만 요란했을 뿐 현실은 달라진 게 별로 없고 오히려 악화돼 왔다. 연구개발비가 늘기는 했으나 연구환경은 더 열악해졌고 이공계 출신의 대우는 상대적으로 더 나빠졌다. 사정이 그나마 좋은 전자공학 대졸 초임이 금융계 대졸 초임의 70%밖에 안되는 현실은 굳이 의학, 법학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왜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힘들게 공부하고 대우도 못 받는 이공계에 진학하라고 권하기는, 사명감을 가진 부모라도 쉽지가 않을 것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지속된다면 10~20년 후 우리나라의 장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물론 정부 각 부처의 여러가지 처방들이 일부 효과를 거두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들은 대부분 단기적이고 대증요법에 머무르고 있다. 심각한 병일수록 장·단기 대증요법과 원인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상식이며,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처방도 예외일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는 빨리 우수한 인재를 이공계로 유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공계 지원자들에게 병역특혜나 장학금 지급 등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정책들을 확대 실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나라들이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이공계 교육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고 공영화해 군 장교를 양성하듯이 미래를 짊어질 우수한 과학기술자들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과학기술을 전공하는 청소년들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꿈의 직장’이 마련돼야 한다. 물론 경제적인 논리만으로는 이러한 꿈의 직장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작금의 고시 열풍, 의대 진학 열기를 생각하면, 이러한 안정된 고소득 직장의 존재는 이공계 지원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또 이공계 종사자들에 대한 근로소득세 감면과 같이 소득을 보전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등 다각적인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다. 한 두 가지 이벤트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해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개발돼야 한다.

지난주 일본의 톱뉴스는 시마즈제작소의 다나카라는 전기공학 학사 출신 연구원의 노벨 화학상 수상이었다. IBM 같은 초대형 기업도 아닌 곳에서 일하는 젊은, 그것도 공학계통의 학사 출신 연구원이 노벨상을 탄 사실은 일본의 저력을 보는 것 같아 부럽기 짝이 없었다.

(李愚日/ 서울대 교수ㆍ기계항공공학ㆍ대학산업기술지원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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