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사이비 과학이 만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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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2-10-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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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 : 모든 신과학을 사이비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신과학 중 건전한 과학적 사고방식에 입각한것이 찾기 드문것도 사실입니다.)

사이비 신과학의 문제가 과학적 방법론과 검증상의 문제라고 하셨는데 사실 과학적 방법론으로만 검증해보려한다면 대부분의 사이비과학들이 혐의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진술이 논리적이기만 하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는게 일반인들의 인식이기 때문입니다. 즉 사이비를 걸러내는 수단은 검증이어야 하는데 이는 철저히 실험에 의한 검증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의 문제는 과학기술자들조차도 이 점에 대한 인식이 매우 약하다는 점입니다.(이에 반해 서구에서는 식자층들 사이에 폭넓은 인식이 있어 이를테면 초끈이론이 실험적으로 검증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과학의 큰 위기라는 주장을 저널리스트가 내기도 하죠)

지난 수십년간 추상적인 이론과학이 (아마도 문과출신인 기자들이 더 친화적으로 느껴서-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로) 대중에게는 더 어필을 해와 그런 몰인식을 부추긴 면이 있는데 이를 저지해온 기억나는 몇가지 시도들을 들자면, 노벨재단의 꾸준한 실험과학 우선주의와 과학철학자 이안 핵킹의 실험의 중요성에 관한 외로운 분투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과학은 실험을 통한 검증을 포기하는 순간 그 생명을 잃는다고 봐도 무방하며 이의 중요성을 널리 홍보할 때 사이비 과학의 출현을(그리고 그런 주장을 내는 당사자들의 아까운 시간낭비들 역시) 자연히 줄일 수 있을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한국에 있어서는 다소 민감한 이야기이기는하나 (최성우님도 언듯 언급하셨듯) 물리적 기초가 탄탄하지 못한 공학자들이 일종의 학문간 헤게모니에서-그래도 타분야처럼 말싸움보다는 이론을 수단으로 하려하지만- 그런 주장(기과학과 같은)에 앞장서는 사례들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분석합니다. 이런분들은 등에업은 학교의 명성으로 언론에 쉽게 오를 수 있는데 그래서 주요언론에 실리는 기사 하나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어 완전치 않은 과학에 대한 인식을 계속 지속시키고 또 사이비 과학 연구에 몸바치는 사람들을 양산해오는 패턴입니다.

실상 실험으로 입증되기전에는 천대받는 것이 대가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과학의 냉혹한 점이며 계속해서 실험의 중요성은 강조되어야 합니다. 끝으로, 그렇기에 이번 다나카씨의 노벨상 수상업적과 같은(뉴트리노에 관한 연구를 한 물리학상 수상자들도 마찬가지로) 검출,계측수단의 발명에 계속해서 최고의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며 그러한 스웨덴인들의 변함없는 합리성과 실용주의, 그리고 과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인류의 지식축적에 큰 기여를 해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상금의 많음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점이 노벨상이 권위를 높이 인정받아오고 있는 이유라 하겠습니다.

하여튼 자유게시판에서 허윤님의 글에 답글을 달며 말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정서와 여론이라는게 상당히 균질하고 또 최고의 힘을 가졌다 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목표가 상당히 단순하고 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국민을 잘 계몽시키고 우리편으로 만들면 자연히 일이 풀리게 된다는 말인데 이는 앞으로 사회가 다원화되어 효과가 감소될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가까운 시일에 급격히 변할 것 같지는 않고 또 그래서 더 (계몽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를 던져줍니다. 즉 그런 국민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을 조롱하기보다는 방송에서의 과학프로그램의 확대나 과학을 주제로 한 드라마의 신설,수입방영등과 중앙언론과의 우호적 관계구축등의 방향으로 목표를 세워 추진해야 한다는 귀결을 줍니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과학의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하나의 활동으로 볼 수 있는데, 과학을 처음으로 확고불변한 문명의 요소로 격상시킨 영국과학자들이 취했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즉 그들은 유명한 크리스마스 강연등과 같이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와중에서 식자공으로 출발했으나 교수로부터 개인과외를 받은 패러데이와 같은 대가도 나올 수 있었으며 지금껏 영국이 인구대비로 가장 많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계속 배출해오고 또 각계의 이노베이터,리더들을 계속 낳고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중이 과학에 대한 인식을 망각하는것(나라가 잊고 있다고 한탄하는 풍조가 싸이엔지에 만연한데 그게 아니라 (앞서 얘기했듯, 특히 우리나라에선) 주체는 대중입니다.)은 탓할 이유가 없는 자연스럽고도 보편적인 현상입니다.(우리는 자연과학자의 방식으로, 현재 우리힘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이라면 그것을 "nature"로 놓고 그 안에서 차분히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것입니다.)

앉아서 자연히 과학기술자들의 노고를 알아달라고하는것은 감이 떨어져주기를 바라는 태만입니다. 대중에게 계속해서 알리고, 접할 기회를 줌으로써 호감을 가지게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과학기술은 이땅에서 생명력을 잃지 않을것임을 모두 인식해야합니다.
  • 최성우 ()

      과학도(???)님의 좋은 의견 잘 들었습니다. 저는 사이비 과학과 신과학을 똑같은 범주로 놓고 보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신과학'이라는 용어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하지요. '신'자 붙인다고 새로운 과학이 되는 것도 아니고, '구과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닐테니까요. 이 용어 자체가 하나의 (과학이 아닌)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험과학의 중요성을 언급하셨는데, 대략 동의를 합니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좀 다른 의견을 지닌 과학자나 과학철학자도 있긴 하지요. (이 부분은 자세히 얘기하자면 너무 얘기가 길어질 것 같네요...) 

  • 최성우 ()

      언론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겠습니다만, 꽤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카이스트'도 끝난지 오래 되었고, 한때 성공적인 과학주제의 오락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았던 '호기심 천국'도 점점 사이비틱하게 성격이 변해가더니, 곧 폐지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차인표의 '블랙박스'도 흥미 위주로 하다보니 거의 사이비에 가까운 내용들을 많이 방영하는 듯하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이 대중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맞는 지적입니다만, 그보다는 신문사, 방송국 등에 과학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특히 고위층에) 너무도 적다는 것입니다. 이공계 출신 기자나 과학전문기자가 아직도 손꼽을 정도로 적고, 방송국의 과학전문 PD는 아마 한사람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 최성우 ()

      따라서 이공인들이 언론계 등에도 좀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정부나 정계, 기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과학과 별 관심없는 사람들에 의해 장악된 것은 언론계도 마찬가지이니 어려움이 있긴 하겠지만...) 이 역시 일종의 악순환이겠지요...  이 문제는 정부가 마음대로 하기도 어려우니, 이번 대선후보들에게 정책으로 요청하기도 좀 그렇고...  언론 내부의 문제일수도 있으니 '언론을 통한' 문제제기도 쉽지는 않은 점도 있지요...  아무튼 이른바 '과학평론가'의 한사람으로서 저 역시 참으로 어려운 점들을 많이 느낍니다. '과학평론'이 스포츠평론이나 영화평론의 반만이라도 관심을 받으면 더 바랄 것도 없겠습니다만...

  • 소요유 ()

      좋은 글입니다. 어째든지 장회익 교수의 메타사이언스론이 생각나네요.

  • ??? ()

      최성우님께. 쓰다보니 빠졌는데 저도 사이비과학과 건전한 신과학을 같이 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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