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과학 - 있다? 없다?
- 글쓴이
- 최성우
- 등록일
- 2002-10-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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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단상 3제
2) 신과학 - 있다? 없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hermes21@nownuri.net)
-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사이언스북스)' 中 에서 -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신과학'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과학서적들 중에서도 이와 관련된 것들이 적지 않고, 일부 과학기술자들은 나름대로 신과학 연구에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신과학이 기존 과학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새로운 문명과 세계를 열어나갈 지름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일부 대중들의 호감을 얻기도 한다.
이러한 견해들 중에도 상당히 다양한 부류가 있기 때문에 하나의 틀로 묶어서 설명할 수 있을지, 또한 신과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과연 적절한 표현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략 간추린다면 현대물리학의 동양철학적 해석, 초능력이나 심령현상의 연구, 기(氣)에너지의 이용 등 기존의 과학계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 많고, 신비주의적인 경향도 없지 않다.
또한 다분히 동양사상적 세계관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현대 과학기술문명의 문제점과 폐해를 나름대로 극복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근대 과학혁명 이후 줄곧 서양과학에 뒤처져 온 것을 일거에 역전시켜 보자는 정서가 바탕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기존 주류 과학계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이비과학(Pseudo science)'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신과학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기존 과학계와의 의미 있는 대화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뉴턴(Isaac Newton)의 근대과학도 당시로서는 매우 '새로운 과학'이었을 것이고, 20세기 초에 선보인 양자역학이나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이론도 고전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신과학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근래에 각광 받고 있는 카오스 이론 역시 예전에는 하찮거나 과학의 영역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지금은 과학의 틀 내로 들어와 있다. 종래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의 연구, 혹은 기존의 이론으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던 것들을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과학의 지평이 열리는 경우도 많으므로, 기존의 과학계에서 볼 때 생소한 것들을 연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매도하거나 백안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방법론과 검증보다는 특정 사상이나 이념에 유리한 방향으로 인위적으로 과학을 몰고 가려는 발상은 역사적으로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으며, 옛소련의 리센코(Lysenko)사건, 몇 년 전 미국의 소칼(Sokal) 사기사건의 해프닝처럼 큰 혼란과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자신들의 몇몇 특이한 실험결과를 뒷받침할 별도의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다가, 결국은 실험이 잘못되었거나 성급하고 주관적인 판단 때문에 그릇된 주장을 편 것으로 판명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과거 X선 발견 직후 'N선'의 존재 주장, 1960년대 러시아 과학자들이 주장한 '고분자물의 발견' 등이 이런 사례로서, '현대과학은 모두 틀렸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반드시 되새겨 보아야 할 교훈이다.
신과학을 빙자하여 지극히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잣대로 혹세무민하려 한다면, 대중들의 과학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모두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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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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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입니다. 사실 1980년대말 1990년대초에 한국에 불었던 '신과학 운동'은 의사과학이나 사이비 과학과는 좀 다른, 그 기원을 케이어스 이론이나 프랙탈 이론의 동양적 버젼이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운동은 요새 한참 잘 나가는 김용옥 박사와 서울대 물리과 교수 몇이 참여한 것으로 사실을 좀 '형이상학적'인 메타피지컬한 면이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한편으로 카푸라식의 동양철학적 형이상학으로의 접근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프리고진식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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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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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1990년대 최고의 '비과학적 해프닝의 금자탑'은 15대 국회의 '기육성특별법 발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제 기억으로 의원입법 (최초 발의자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으로 국회의원 20여명이 공동 발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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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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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과학육성 특별법' 발의한다고 했을 때 하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만... 최초 발의자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듣기로는 '정신과학회' 등에서 당시 국민회의 정호선 의원 등 몇명을 "우리가 이걸 집중 육성하면 선진국의 과학기술도 단번에 능가할 수 있다." 라는 식으로 꼬드겨서, 무식한 의원들이 거기에 동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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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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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선 의원(경북대 전자과 교수출신)이 발의자 명단에 속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이 건은 후에 신과학에 가장 반대하는 과학평론가인 강건일 박사(전 숙명여대 교수로 '신과학은 없다' 저자) 등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해서 결국 발의에서 멈추고 말았지요...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작년에 어느 자리에서 현 모당 대통령 후보에게 얘기하면서 국회의원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지적했더니, "국회라는 것이 각계의 의견을 대변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발의 단계에서 멈추는 법안들 보면 그보다도 훨씬 황당한 것들도 많다." 라고 답변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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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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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구케으원들이 귀신들의 의견도 대변하는가 보죠 ? 명색이 전자과 교수출신 의원이 있는 국회에서 그런 황당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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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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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서울대 전자과 이충웅교수가 氣통신을 연구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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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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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광통신을 넘었으니 기통신을 ?? 뭐 일부이긴 하겠지만 일부 (극히) 교수들이 개인적인 흥미나 신념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방 모 국립대의 자연대 모 교수는 과학강의 리포트로 성경을 읽게 한다는 루머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야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만 공적인,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들이 그러면 곤란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