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한국의 과학기술 논문 아직은 ‘속’더 채워야"

글쓴이
최한석
등록일
2002-12-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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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인슈타인은 평생 11편의 논문만 발표했다고 하는데 누구 확실히 아는 사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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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마다 교수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는 과학기술 논문의 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논문의 질은 세계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도 논문의 영향력을 말해 주는 ‘피인용률’이 세계 평균치에 미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학사회의 화두는 단연 과학인용색인(SCI·Science Citation Index)이었다. SCI는 3900종의 우수 학술지 목록으로, 미국의 민간기관인 ISI는 피인용률과 영향력이 상위 15%에 드는 학술지 목록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대학에서 교수를 채용하거나 승진시킬 때 또는 과학재단이나 학술진흥재단에 연구비를 신청할 때 늘 등장하는 평가 기준이 ‘SCI 학술지에 논문을 몇 편 발표했느냐’이다.

교육부는 두뇌한국(BK)21사업 추진 이후 SCI 논문 수가 늘었다고 선전하고 있고, 과학기술부도 SCI 논문 발표수가 곧 한국 과학기술의 수준인양 발표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얼마 전 SCI 논문 수를 분석해 지난해 국내 대학의 SCI 논문 증가율이 세계 1위였고, 발표논문수가 세계 14위로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문의 영향력과 질을 나타내는 척도인 ‘피인용률’은 매우 뒤지고 있다. ISI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발표된 한국 SCI 논문의 한편당 피인용률은 11개 자연과학 분야에서 재료과학과 화학이 세계 35위와 48위인 것을 제외하고는 물리, 생물, 공학 등 나머지 9개 분야가 150여개국 가운데 50위권 바깥이었다.

10년 동안 한국의 SCI 논문 9만3762편의 편당 평균 피인용률은 3.45회로, 미국(11.9회) 일본(6.9회)의 3분의 1 내지 2분의 1 수준이었다. 논문은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수록 다른 학자들에 의해 자주 인용되므로, 피인용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논문의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ISI사가 과학기술한림원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서울대 SCI 논문의 편당 평균 피인용률은 8개 자연과학 분야 모두 세계 평균치에 미달했다. 물리학과 재료과학 분야만 세계 평균치에 겨우 근접했지, 생물학 및 생화학 분야는 세계 평균치의 39%에 불과했다. 서울대는 전체 SCI 논문 수가 1997년 전세계 대학과 연구소 중 126위에서 지난해에는 40위로 올라섰지만 논문의 영향력은 세계의 평균치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최근 5년 동안 전기전자공학 분야의 SCI 논문 수가 MIT, 버클리대, 스탠퍼드대를 능가하는 등 논문 편수로는 대부분의 학과가 ‘세계 톱 10’에 들어갔다. 하지만 KAIST가 이들 대학보다 수준 높다고 믿는 과기원 교수는 거의 없다.

한국과학기술원 홍창선 원장은 더 이상 논문의 양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내년 3월부터 논문의 질로 교수를 평가하기로 최근 규정을 바꿔 대학 사회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켰다. 과학기술원 이해웅 교무처장은 “지금까지는 발표 논문 편수를 중시했지만, 앞으로는 논문을 몇 편 발표했든 상관없이 교수 신규 임용과 부교수 승진 때는 대표적인 논문 2편, 교수 승진 때에는 4편만 제출해 이들 논문의 인용횟수와 인지도로 교수를 평가하기로 방식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한민구 학장은 “서울대 공대도 국제학술지 발표논문이 몇 편 이상 돼야 교수를 승진시켜 왔으나, 과기원이나 서울대 같은 연구중심대학은 논문 편수보다 논문의 영향력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 기술이 적용되는 공대의 경우 단순히 논문으로만 교수를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며 산학협동, 특허, 기술의 응용성, 강의 등으로 평가기준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동아일보A15면)

  • 배성원 ()

      평생 11편이라....한국에서 활동했으면 일찌감치 집에서 애나 보고 있었겠군요. ^^;

  • 소요유 ()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적 변화는 질적 변화를 수반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단 피인용도에서 뒤지는 이유가 논문의 중요도, 학문적 마이너리티 그룹, 국내 학술지의 SCI 등재 증가 등에 원인이 있습니다.  카이스트의 노력은 진일보적이라 보입니다. 다만 데이타의 completness인데 현재 가장 잘된 분야가 1990년 이후에 대하여 90% 정도로 보고 있답니다.

  • 소요유 ()

      배성원님 그 우스개 있지않습니까?  아인수타인은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 못갔겠죠.

  • 소요유 ()

      자연과학의 경우 아직 세계수준의 75% 이하 (40~75%)인데 문제는 그동안 양적으로는 급격히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정체를 면치 못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질적 변화를 유도할 만큼 시기적으로 덜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봄에 이 부분에서 계속 이야기 했듯이 카이스트이 시도는 진일보한 시도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적어도 자연과학 쪽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리라 봅니다.  한편 공학이나 기타 다른 과학기술계 학문 쪽에서도  보다 객관적인 평가자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배성원 ()

      하하..맞아요. 아예 대학도 못 들어가는거죠? ..맨 아랫부분 과기원의 평가기준이 제대로 잘 정착돼면 좋겠습니다. 또 누구 실력도 없는 인간들이 공정성 운운해가며 고춧가루 뿌리지나 말았으면....이공계 스스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위로 스스로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정신머리 없는 윗대들이 이번엔 주제파악좀 하고 조용히 있어주면 좋겠습니다. 평가하는 쪽에서도 항상 사심없이 공정하게 스스로 존경받을만하게 해주면 이공계의 위상은 서서히 높아질겁니다. 그런것이 '자정'노력이겠지요. 평가하고 받는쪽이 서로를 믿지 못하면 또 관료들의 획일화 잣대에 휘둘리며 고통받게 될겁니다.

  • 최한석 ()

      위 기사내용중 논문은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수록 다른 학자들에 의해 자주 인용된다고 하는데 사실상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멘델의 유전법칙은 몇십년 후 재발견되었으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왔을 때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전세계에 2사람밖에 없었다는 러쎌의 말씀^^.. 피인용도가 높다는 것은 그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의 수가 많다는 것이고 연구비가 많이 흘러가는 분야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요지는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 최한석 ()

      피인용도를 너무 강조할 경우 어떤 위험이 있나 하면 연구자들이 한 두 분야로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이 안 이루어지죠..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는데 농작물을 한 종류만 심었을때 병충해가 생기면 모두 망하잖아요..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비도 점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면서 효율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경제학 쪽에서 그런것이 있나요? 처음에 자본투자를 계속 증가시키면 생산성이 따라서 증가하지만 어느 선을 넘으면 더 이상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 최한석 ()

      획일적인 잣대로 SCI 논문의 갯수만을 따진 결과 많은 연구비로 부실한 논문을 양산하는 현 체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이긴 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핵심은 연구자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한 평생 한 우물을 파서 세계적인 권위자가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이 많이 나올때 우리나라 과학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배성원 ()

      결국 공정한 평가라는 것을 어떤 획일화된 틀에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더더욱 평가자의 양심적인 잣대에 기댈수 밖에 업습니다. 불신으로 시작해서 불신으로 끝나면 영원히 제대로 된 평가는 불가능한 거지요.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양심에 따른 평가를 내리고 그것을 수긍하는 이공계 풍토가 빨리 정착돼어야 겠습니다.

  • 사색자 ()

      sci의 문제는, 임팩트 팩터만으로 논문의 질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널의 인지도에 비해 임팩트 팩터가 타분야 비슷한 인지도의 저널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분야간 비교는 쉽지 않습니다. 또, 같은 카테고리(대학이라면 학과) 내에서도 세부전공이 다른데 그러면 세부전공에 따라서도 팩터수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저널들이 포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분야에 따라서 풀페이퍼 하나 만들려면 몇년을 매진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분야는 1년에 몇편정도는 쓸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컨셉이나 모델정립같은 경우에는 수년에 한편 나올까 말까한 경우인데, 단순히 sci 등재 논문 수만으로 연구원의 자질을 평가한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또, 기업과 연계해서 프로젝트를

  • 사색자 ()

      수행하는 경우, 좋은 아이템의 경우에는 특허문제에 걸리게 되므로 출판이 쉽지 않습니다. 회사측에서 양해를 해준다고 해도, 특허 출원이 될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commercial confidentiality에 묶여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의 경우, 논문 편수 부풀리기, 논문계(서로 이름 끼워주기), 저자이름에 등재는 하되 책임은 안지기(**대를 졸업한 박사가 낸 페이퍼가 표절시비에 휘말리자 2,3저자들은 몰랐다고 발뺌하기), 등의 문제도 있으므로 sci만의 잣대평가기준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대안이 있나? 글쎄요... 무대안이 대안이다보니...

  • 사색자 ()

      제가 보는 관점에서, 대학에서 연구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제 1 척도는... 펀드를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입니다. :) 펀드 많이 끌어올 수 있으면 professor급 되기 쉽습니다. (한국처럼 정교수가 발로 채이는 곳도 없을겁니다.) sci논문 이런것보다는 연구원의 창조성과 능력을 입증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이니깐요... :)

  • 김덕양 ()

      솔직히 제대로된 crosschecking 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객관적인 시각을 갖춘 사람만이 가능하지 않나요? 그냥 abstract 하고 conclusion 만 떡 읽어봐도 아니면 학회에서 마주친 경험만 살려봐도 이 연구자가 제대로 잘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냥 알수 있는데....워낙 세상이 좁다보니 개인적인 감정이 평가에 들어가게 되어서 생기는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네요. 그걸 피하게 위해 가장 '객관적인 지표'를 선택한 것으로 부터 오는 어쩔수 없는 약점은...인정해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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