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Research 이고, 무엇이 Development 일까요?

글쓴이
김용국
등록일
2002-09-14 08:06
조회
3,0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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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건
아래에 반도체 20주년 행사 기사를 보고 IBM-PC 20년 anniversary가 생각이 났었습니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또 이런 일이 생각이 나는 군요.

'직장에서' 게시판에 올린 Top 100 R&D Spenders 에 대해 부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과연 그 차트에서 R&D Expense 라고 나온 것중에 정말 Research 에 돈을 들인 회사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던 일이 있습니다.

헝가리인인 그 친구는 우리 회사로 오기 전에  썬마이크로 시스템즈에서 일을 했었던 터라, 그곳의 사정을 좀 알더군요. 실제로 지난해 거의 2.1 Bilion dollars를 R&D Expense 로 들였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그 차트에서 42위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정확하게 말을 해서 그 2.1 빌리온 중에 정말 Research 에 들어간 돈이 무엇이 있겠느냐' 라고 하더군요.

예를 들어 'Java를 연구물의 결과로 볼 수 있겠느냐? 아니면 매해마다/6개월마다 나오는 새로운 프로세서나 웍스테이션을 연구물의 결과로 볼것이냐? 차라리 IBM의 PC와 같이 20년이 지나도 역사에 남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는 것은 굳이 Research라고 볼 수 없다(사실 IBM PC는 몇명 안되는 엔지니어가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 -). '라고 하면서, 그런 종류의 상품을 내는 곳에 들어가는 돈을 Research expense로 잡는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물론 연구를 하면서 한 획을 긋는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또한 조금씩 변화를 시키는 것이나 발전을 시키는 것도 연구라고 해야 겠지요.

그저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혹시 우리는 Development 만을 하면서 Research라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들어 궁금증을 풀고 싶어졌습니다(이부분은 제가 속해 있는 IT분야만 생각을 해본 것이라 순수과학과 또 다른 분야를 이해 못하고 있는 점 사과 드립니다).

전 우리 사이트에서 '파이(Pie)를 키운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었습니다. 그 말 만큼 Research의 목표를 잘 나타내는 것이 없다고 지금 생각합니다. 관련된 학문들을 연결하여 이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을 하는 것이 앞서 가는 기업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1년 닷넷 정책을 적극 추진 했던 Microsoft 도 성공을 예상대로 할 수 없었던 정도로 이런 새로운 파이를 만들고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이렇게 파이를 만드는 분야의 최고의 주자는 IBM이 아닌가 합니다. 올해 R&D 지출 순위 5위를 차지한 만큼 그런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성(Research)과 그것을 응용한 상품 개발(Development), 그리고 마켓팅의 삼박자가 거의 지금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Pervasive Computing, Autonomous Computing등의 이젠 낯 설지 않은 패러다임은 오랜 기간의 탄탄한 Research 가 받혀 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marketing과 development가 가능 하게 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나라로 눈을 돌리면, 우리 나라 최고의 R&D 지출 회사인 삼성전자의 패러다임은 DigitAll-everyone's invited(광고하는 거 같아 계속 죄송...다른 예를 아는게 없는 지라 -.-) 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것은 모든 디지탈 가전기기와 휴대용 디지탈 제품들을 Integrate 하거나 Converge하여 Customer에게 최대의 효과를 주자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맞는지 모르겠군요. 개인적으로 그냥 궁금합니다. 과연 우리 삼성전자는 이런 패러다임을 실현 하기 위한 연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요?

2001년 R&D 지출이 약 $771 milion으로 $3469 milion을 지출한 Sony와의 차이는 아직도 크기만 합니다. 또한 이 지출액중에 Research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나 될 지도 알 수가 없고요. 삼성의 경우에 종합기술원에서 연구물의 성과로 나온 Ouput을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까닭에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정말 Research를 많이 한다면, 진심으로 패러다임을 만들어 Pie를 키우고 싶다면 이런 Research를 수행한 결과물들을 많이 접해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신문에 나온 종기원 연구 결과물 중엔 가정용 음성 인식 로봇이 있었지요(혹시 보신분 있으신지). 올 초엔가 소니에서 나왔던 직립보행및 율동이 가능한 로봇을 본 순간 그 짤막한 신문기사에 실린 그 로봇이 오버랩 되면서 고개가 자동으로 저어 지더군요.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할 것인데 그만한 여력이 안되는 건가요? 물론 그렇게 간단하지 않겠죠...? 후....

DigtiAll 로 converge를 하기 위해 연구비를 diversify 하고 있는 건가요...^^; 넓게 하는 것이야 이해 하지만, 깊이가 없으면 결국엔 경쟁에서 지는 것 뻔한 일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쩝, 이래 저래 횡설 수설이 길어 졌습니다.

정말 국내 기업중에 Research 를 하는 곳이 있는 건지 궁금해서 적어본건데, 또 안좋은 점만 꼬집은 거 같아 미안하군요. 돈좀 많이 들여서 연구 좀 하게 해달라. 뭐 그런 이야기인 겁니다. ^^;

무엇이 Research 이고 무엇이 Development 일까요? 고수님들의 조언을 듣고싶습니다.

  • 소요유 ()

      Research는 연구한 다음 본전 생각하고, Development는 연구하기전에 본전을 가늠하는 일체의 과학기술 활동.

  • 김용국 ()

      아~ 그렇군요~ 이렇게 명확하게 말씀을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 임호랑 ()

      유럽 최고의 기업들인 프랑스 Alcatel이나 Thales는 매출액의 11-20%를 R&D로 씁니다.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개발, 이게 그들이 생존해가는 방식입니다. 근데, 만약 그 회사의 R&D를 '돈 쓰는 것'으로 보고, '돈 못버니까 하지 말라'고 누가 말한다면? 웃기는 얘기죠?

  • 임호랑 ()

      좀 원론적인 정의를 하자면, 연구는 새로운 원리를 찾아내고(=기초연구), 가능성을 확인하는(응용연구) 단계이고, 개발은 새로운 제품에의 적용을 목적으로 기술이나(기술개발), 제품을(체계개발) 설계/제작/시험하는 단계입니다.  연구는 기초과학 및 공학이, 개발은 공학이 주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구든 개발이든 목표를 분명하게 정해놓고 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연구개발 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겠다는 것은 academic한 학교에서는 그럴 수 있겠지만, professional한 기업이나 연구소에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패에서도 교훈과 기술을 얻는 풍토는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 백수 ()

      연구는 성공확률이 거의 없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고, 개발은 성공확률을 100% 로 유지하려는 노력이죠. 따라서, 하기만 하면 늘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과학은 연구로 보기 어렵습니다.

  • 임호랑 ()

      실제로는 성공확률면에서 그런게 사실입니다만... 이공계 연구개발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또 이공계 연구개발 계획서들이 보면 구체성이 없고 사전조사가 미흡한 것들이 태반이며 부풀려지거나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들이 많은 점 등을 종합고려해볼 때, 연구 쪽이 오해를 많이 사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 과제에 앞서 본과제의 1% 내외의 예산으로 '가능성 검토(feasibility study)'를 하는 제도를 우리도 적극 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기획연구라고 하여 비슷한게 있지만, 제대로 안되고 감독도 잘 안 이루어져서, 있으나 마나입니다. 이공계 스스로 통제 모형을 만들어 예산집행의 효용성을 높이고, 황금알을 많이 낳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소요유 ()

      임호랑님 의견에 동감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하면된다'는 신념하나로 밀어 붙인다는 데 있습니다.  연구 (R)든 개발 (D) 이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기획연구단계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데 대개는 형식적입니다.  대개 정부출연연이 마찬가지지만 프로젝트 자체가 연구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라기 보다는 '돈따기 위한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고, 프로젝트 심사하는 측에서도 필요경비나 가능성등을 판단할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랄 수 있습니다.   

  • 소요유 ()

      이 부분은 저도 사실 많이 반성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제 느낌에  대학도 여기에서 자유로운 것 같지 않습니다.  정부 연구비 배분부터  결과까지 지극히 '관료적인' 면이 있습니다. 즉 주어진 연구기금 하나에 상이한 프로젝트 여러 개를  발주할때 사실은 거기에 소요되는 인력이나 비용이 같을 수 없는데 동일하게 연구비를 나누는 바람에 결국에는 이상한  프로젝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관료 입장에서야 동일하게 나누면 잡음이 적어지긴 하겠지요.  이런 면에서  연구비를 1~20%, 혹은 30%내에서 차등으로 지급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잡음이 많이 나겠지요 ?

  • 인과응보 ()

      일본같은 경우는, 같은 프로젝트를 꼭 2곳에 주어서 서로 경쟁시킵니다. 하나는 수도권대학에, 하나는 지방대학에 발주시켜서, 결과를 검토한후 실적이 못하면 다른곳으로 바꾸고, 실적이 좋은 곳은 계속 연장시키지요. 계속 경쟁시키지만, 결국 탁월한 결과를 내는 한곳으로 수렴되게 마련이지요. 아무래도 구관이 명관이 되기 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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