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자연대 지망하는 고딩이에여

글쓴이
chatnoir
등록일
2002-07-12 19:36
조회
3,5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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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건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학부는 공학보다 자연과학을 하시는 것이 학자가 되시는데 도움이 될것 같군요. 개인적으로는 물리학이나 수학이 괜찮은것 같군요. 학부를 마치시면 군대에 연연하지마시고 대학원은 유학가서 마치시기 바랍니다. 

저는 학부부터 박사까지 모두 공대를 다녔는데, 공대에서는 특정 분야의 응용을 염두에 두고 교육을 시키기때문에 아무래도 문제의 접근에 있어서 자기분야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게 되는것 같습니다.  이러한 선입견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지만, 전혀 새로운 현상 또는 문제에 접하게 되면  오히려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학부에서 자연과학을 하시면서 응용쪽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되시면 그때가서 공대 대학원에 진학하셔도 늦지않을것으로 사려됩니다.  공학분야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학자들 중에 상당수가 학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공학을 전공한 분들입니다.

만약 집안 형편이 여유가 있으셔서 학부도 유학가실 수 있다면 Caltech에 지원하실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학부 1~2학년까지 물리, 수학, 화학등 기초과학만 철저하게 가르치고, 응용은 3학년때 가서야 배운다고 하더군요. 이런 교육방법이, 응용을 1학년때부터 배우는것 보다, 학자가 되는데는 더 효율적인것 같습니다.

자연과학은 비단 자연과학,공학분만 아니라,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있는 경제, 금융등의 분야에 진출하시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1995년 노벨수상자인 John Nash(게임이론), 1997년 노벨수상자 Bob Merton(파생금융)등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학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분들입니다.

국내 사회구조 및 가치관이 왜곡돼서 자연과학이 홀대받고 있지만, 학자가 되기위한 소양을 쌓는데는 매우 유용한 학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두서없이 장황하게 떠들어서, 도움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앞날에 행운을 빕니다.
  • 추풍령 ()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요샌 이학과 공학의 경계도 무너지는 추세니 기초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겠지요. 언급하신 Merton 같은 사람은 노벨경제학상 받고 돈도 무지 많이 벌었죠(LTCM이 파산하면서 빛이 조금 바래긴 했지만). 어쨌든 소신을 가지고 화학, 수학, 물리학 등에 과감히 도전해보는것도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회적 처우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 chatnoir ()

      의뢰인이 아직 고등학생이니 일단 기초를 다질수 있는 자연과학을 권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글을 올렸읍니다. 학부를 물리학이나 수학을 나온다고 해서 반드시 자연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분야의 연구를 해야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본인이 인생을 설계하기에 따라서는 사회적 처우도 회자되는 "사'자님들보다 훨씬 좋을 수 있다고 사려됩니다.  Merton도 좋은 사례이겠고, 좀 더 소박한 사례로는 기계공학을 학부에서 전공하고 Law School나와서 자동차 사고의 원인을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는 자동차사고 전문 변호사도 있읍니다. 이분야 전문인력의 희소성과 자동차 사고 판결에 있어서 이들 시뮬레이션 변호사의 중요성 때문에 사회적 대우는 우리가 상상하는것보다 훨씬 좋은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 chatnoir ()

      또 한가지 사례로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순수의학 박사학위와 Public Health 석사학위를 한 후, 병원에서 개발중인 신약의 임상투여 여부와 제반 법적절차를 환자, 의사, 제약회사사이에서 중재하는 전문인력도 있읍니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가 전문화되어가면서 과학적 지식을 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접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인력,직종이 많이 생겨나고 있읍니다. 자연과학을 학부에서 전공하고, 이들 분야에 진출하는것도 보람있고 사회적 성취를 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아닐가 생각됩니다.  아직 고등학생이신 의뢰인의 입장이 부럽군요. 저도 의뢰인처럼 젊었다면 좀 더 일찍 사회에 눈을 떠서 시행착오를 줄였을텐데...

  • chatnoir ()

      끝으로, (그리고 안타깝게도) 자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하시고 그 분야에서 연구를 하시는 분들의 사회적 인식이 국내에서 크게 열악하다는 점에서 추풍령님과 동감하지 않을 수 없군요. 배금주의로 물든 국내 사회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의뢰인께서 전문인력이 되실때는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어야할텐데...걱정입니다.

  • 공학 ()

      공학으로서 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는 직업은 무엇일까요? 벤처, 아님 경영 접목후 제조회사 등등이 있을까요?

  • chatnoir ()

      공학님께서 언급하신 분야들이 물론 포함될것 같고, 최근 20년간 성장세를 보여온 컨설팅 분야도 좋은 예일것 같습니다. 그 외에 법률, 의료, 금융, 연예/오락 등에도 많은 수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논리적 사고를 하도록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인력이 활약할 곳은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현대 사회에서 공학박사를 한 후 연구에 종사하는것은 공학이 기여해야할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됩니다. 너무 추상적인가요? 요즘 흔히듣는 MBA의 경우를 보면, 입학생의 30%정도가 이공계출신입니다. 우리나라 지원자의 경우 뚜렷하게 내세울 경력이 없는 경영대 출신보다는, 오히려 공학사를 마치고 현장에서 또는 연구소에서 경험을 한 지원자들이 입학사정시 선호된다고 하더군요. 

  • chatnoir ()

      MIS(경영정보시스템0 같은 분야도 이공계 출신이 선호되는, 경영학에서 수요가 폭증하는 분야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아는분은 국내 물리학과를 나오시고 대학원을 이분야로 진출해서 지금은 미국 Top B-school서 교편을 잡고 계십니다. 또 한사람은 한국서 물리학을 하고 미국서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한 후 교편을 잡고 있고요. Wall street에서 quant들의 활약은 이미 많이 들어보셨을것 같고요. 저는 기초소양을 쌓는 방법으로 공학적 훈련이 매우 유용하다고 믿습니다.

  • chatnoir ()

      제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법학이나 정치학에서도 삼권분립, 선거등의 민주적 절차들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여 검증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학문적으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읍니다. Journal of Law and Economics나 Journal of Law, Economics and Organization같은곳을 보시면 상당히 수학적인 내용이 많다는것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제 지식이 짧아 공학이 새로이 접목되는 분야들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우리 모두 공학교육을 받은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를 발전시켜서 후학들은 보다 좋은 여건에서 이 분야를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chatnoir ()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이공계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를 새로이 개발, 개척하는것도 우리들의 중요한 사명이 아닐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얘기가 다소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 정문식 ()

      와! chatnoir님의 해박한 식견에 감동했습니다.^^ 이공인들에게 좋은 활력소가 될 것이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이공인 여러분들도 비록 '21세기 초의 한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좀 더 국제적, 역사적, 철학적인 식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20세기 초, 케인스의 '거시 경제학'이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했듯이, '현실'에서 눈을 돌려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이공계 문제를 본다면 무언가 획기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chatnoir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접 경험해보니, 공학자로서 사회과학을 연구하는것도 재미있읍니다. 직업으로서 좀 뭐 하다면, 취미삼아서라도 해볼만한것 같습니다.

  • 궁금이 ()

      요즘 자연대도 말만 순수학문이지 공대만큼 응용분야쪽만을 고집하더군요. 순수학문을 하시는 교수님도 있지만 인기가 없고 돈도 없고하니 학생들은 당연히 다른쪽으로 꼬이고요

  • chatnoir ()

      글쎄요...그런 경향이 좀 있는것 같더군요. 한편으로는 자연과학자들도 현실세계에 관심을 가지니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학문의 중복성이란 문제가 있는것 같기도 하고...뭐가 좋은건지 전 잘 모르겠네요. 이 세상에, 절대 진리라든지, mother nature의 본질을 파악하는 역할을 할 사람들이 꼭 필요한것 같기는한데....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분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심한것이 아니어서,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기는 어려운것 같고....아이고 머리 아파라. 전 잘 모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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