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IT 먹이사슬의 꼭대기, 인증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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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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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IT 분야의 인증에 관한 것이지만, 라이센스로 확대해 생각하면 공학관련 산업분야 전반에 대해서 음미해 볼만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예를 들면, 삼성과 인텔, 또는 삼성과 퀄컴 같은 관계이죠.).

[이민호의 IT경제학] IT 먹이사슬의 꼭대기, 인증서비스

이민호 티지랜드 사장 mino@tgland.com
2002.03.21 20:06:20

IT분야의 새로운 시장이 움뜨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한국의 기업이 한번도 제대로 접근하지도 못한 시장입니다.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이 시장은 바로 인증서비스입니다.

inews24의 지난 화·수요일자 톱기사와 월요일의 칼럼은 사실 인증시장과 매우 밀접한 것입니다. 먼저 화요일자의 톱뉴스인 보안인증체제를 두고 산자부와 정통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기사를 봅시다. 영국의 보안시스템 인증인 BS7799는 지난해 7월 ISO17799로 격상됩니다. 한 국가의 표준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공인받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inews24의 기사는 새로이 떠오른 테마에 대한 부처간 주도권에 대한 얘기를 재미나게 풀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보안경영시스템마저 국제적인 표준의 틀에 따라 움직이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국제화의 논쟁에서 보안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수요일자 뉴스인 컨설팅업체가 솔루션 영업에 힘쓴다는 것을 봅시다. 이 뉴스의 톤을 보면 한국 기업들은 최근 이 같은 영업에 나선 것처럼 논하고 있지만 더 읽어보면 외국기업들은 이미 이 같은 업무관행이 보편화되었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왜 이 같은 영업관행이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설명이 약합니다.

이제까지 국내기업들은 'IT시장' 하면 소프트웨어제품을 만들거나 첨단 통신서비스를 판매하거나 또는 이에 부수되는 하드웨어를 파는 시장만 주목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혹시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나 모르겠군요. IT가 아닌 일반 산업제품시장에서 우리는 선진국의 영역을 침범하고 어쩔 수 없이 선진국은 우리에게 밀려 새로운 고부가가치시장으로 옮아가는 과정이 되풀이돼 왔는데 그들이 순순히 시장을 내주었는지 따져봅시다.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다면 IT분야에서도 그런 일은 없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IT분야도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선진국들은, 특히 유럽국가들은 한국이나 아시아의 신흥국가에 IT시장을 내주면서 나름대로 생존의 교두보를 확보해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인증서비스입니다.

이제 IT시장의 '먹이사슬'을 한 번 봅시다. 우리에게 가장 낯익은 시장은 흔히 말하는 단품이나 개별 솔루션의 시장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솔루션업체들이 장사를 해봐서 알겠지만 이 분야가 여간 피로한 것이 아닙니다. 경쟁도 심하고 일시적인 약간의 초과 수익이 있다 해도 순식간에 대체 제품이 등장하는 등 여간 힘든게 아니죠. 그러나 더욱 큰 등쌀은 inews24 월요일자 한상복 컬럼리스트의 ‘찍히면 죽는다’ 처럼 그들의 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서비스업체들의 가렴주구(?)입니다.

서비스업체들은 실제로 모든 솔루션이나 단품(콘텐츠를 포함합니다)이 지나가는 통로이거나 이들의 실수요자입니다. 한마디로 서비스업체들이 개별 솔루션보다 먹이사슬상 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힘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개별 솔루션업체들은 더욱 힘을 합치거나 멋지게 포장해 ASP화하는 등의 방법을 써서 먹이사슬의 단계를 올리려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나 서비스업체들이 먹이사슬에 정점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비스업체들은 사업이 크거나 일단 투자가 들어가면 대규모인 경우가 많지요. 간단하게 투자를 결정하지도 않고 보다 전략적인 입장에서 방향을 정합니다. 이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컨설팅업체들입니다. 물론 컨설팅업체들이 계약과정상 '갑'은 아니지만 '을'로서 나름대로 힘을 갖고 무엇보다 각종 솔루션이나 제품구매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컨설팅-서비스-솔루션의 먹이사슬 구조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그러나 시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또 다시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선진국이 솔루션 등에서 발을 뺄 때 미래의 시장을 두고 교두보를 확보해 둔 인증서비스입니다. 인증은 항상 컨설팅업체의 머리 위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증은 IT시장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것이고 그 아래에 컨설팅, 서비스, 솔루션이 차례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겁니다.

아직 국내에는 IT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증회사는 없습니다.(여기서 말하는 인증은 전자문서 인증과는 다르기 때문에 혼동이 없기를 바랍니다) 국제적인 인증프로세스는 철저하게 선진국만의 잔치입니다. 그것도 철저히 백인들만의 파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증에 대해서는 일본도 결코 선진국이 아닙니다.

제가 이처럼 적은 것에 대해 대부분의 독자들은 동의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아래에 열거하는 사례를 읽어보시고 다시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이제부터 IT분야에서 FTA(자유무역협정)란 단어가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십시오. 이것은 모든 IT업체의 생존과 관계된 사항입니다. 원래 GATT체제는 국가간 관세장벽을 없애기 위한 국제협약입니다. 그후 나온 UR, 즉 WTO체제는 자유무역을 막아온 관세가 아닌 제도적 법적 규제장벽을 없애기 위해 이끌어낸 국제적 합의입니다.

그렇다면 FTA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UR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쳐낸 기술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겁니다. 그저 우리나라는 FTA는 농산물 추가 개방만 염두에 두고 있는데 핵심과 본질은 IT, BT(생물기술), ET(환경기술) 등에 대한 기술표준을 국제화해 기술규격으로 막아오던 관행을 타파하자는 겁니다. 이를 위한 다음 수순이 상호기술규격을 인정하는 MRA가 발효되고, 이것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기술인증체제의 정착이 필수적입니다.

둘째, 이 같은 추세에 맞추어 IT분야의 기술인증체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발효된 ISO17799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정보보안시스템에 대한 인증서비스가 이젠 비즈니스가 된다고 보고 이를 국제적인 표준으로 격상시킨 것이지요.

그러나 이보다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동 기준'이라는 'CC'입니다. 흔히 ISO15408이라 불리는 이 규격은 보안제품에 대한 국제표준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2년 안에 이 규격을 받지 않으면 해외 수출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극단적인 전망을 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KISA가 서둘러 이에 대한 교육을 이달중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셋째, 올해 국내에서 도입될 PL법도 인증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됩니다. PL법에 따르면 (1)해당제품을 만든 회사가 이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는 것인데 이것이 자리잡으려면 (2)제품에 대한 안전등급을 매기는 인증회사와 (3)이에 따라 보상해주는 기준을 만드는 보험회사의 삼각 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어쩔 수없이 제도적인 측면에서 인증회사의 입김이 더욱 거세어지는 계기가 되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중국의 움직임도 놓쳐서는 안됩니다. 중국은 지난해 WTO에 가입하면서 이제까지 해 온 각종 관세장벽과 제도적 장벽이 무너질 것에 대비, 새로이 전자제품에 대한 인증체계를 강화했습니다. 그게 바로 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e)입니다. 이것은 오는 5월부터 발효되는데 종전에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던 체계를 하나로 단일화하면서 처벌조항을 강화하고 행정절차를 더욱 명확하게 했습니다.

이제 인증은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국내 업체중 특히 유럽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경우 다양한 인증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증은 미리 미리 대비하는 기업에는 경쟁력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에는 무역장벽이 되는 겁니다.

  • 정문식 ()

      좋은 글 써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가 이공인이 아니어서 그렇게 생각한 건지는 몰라도 걍 독자기술만 개발하면 기술 자립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제적으로 '표준'을 둘러싼 그렇게 복잡한 내막이 있었네여... 

  • 소요유 ()

      표준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정치과학 & 경제권력 이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초 고화질 TV를 둘러싼  일본과 미국의 경쟁을  잘 살펴보면 국가표준 혹은 세계표준의 위력을 잘 보여줍니다. 고화질 TV는 일본이 먼저 국가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었는데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일본의 이 사업은  아날로그 방식이었답니다.  그런데 후발주자인 미국은 1990년대 중반 국가표준을 디지털 방식으로 정해버렸습니다. 물론  일본을 의식한 행동이었습니다. 

  • 소요유 ()

      당연히 일본은 이에 반발하면서 자기들은 자기 길로 간다고 했지만 국내소비가 주 라면 문제 없겠지만 수출로 먹고살아야 한다면  문제가 큰 거죠. 이대 일본은 거의 실용화 단계에 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습니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지 않았으나 결국에는 디지털로 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와같이 과학기술은 경제적 패권에 영향을 주는 한편 국제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습니다.   

  • 소요유 ()

      세계 표준은 세계인들이 모여서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다기 보다는 과학기술을 미리 선점한 측이나  정치 경제적으로 우월한 측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해도 결국은 다양한 과학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훨씬 유연성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 소요유 ()

      이 표준제도의 최고 상층부에 '인증'이라는 종이쪽지가 도사리게 되는 군요. 마치 국가신용도 평가기관이  자번의 상층부에 있듯이 말입니다.  어째든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과학도 ()

      최초로 HDTV를 제안한 것은 NHK였는데 이들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한건 당시 지배적이던 이 방식에 미국보다 월등히 장인정신으로 파고든 기술자층이 넓은 자신감때문이었죠. 하지만 벨랩에서 터키가 FFT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현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회) 회장인 포우폴리스가 이를 보급하면서 디지털 시대가 개막됩니다. 이후 신호처리분야는 전자공학쪽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자유로운 학제적,크로스오버적인 연구풍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즉 수학도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헀던것이죠.

  • 과학도 ()

      제가 말하고싶은걸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전세가 역전되는 패턴에의 시사를 담고있는 사례라고 저는 봅니다. 마치 금융공학에 자연과학도들이 진출하여 대일무역역조를 결정적으로 뒤집었듯 미국의 진정한 힘은 다른 분야에서 온 이들에게 개방적인 풍토가 아닐까합니다.(성과주의의 역할도 클것 같군요) 무슨 얘기를 하다 이리로 왔나..? 하여튼 하루빨리 학제간 대화풍토를 시급히 도입해야 합니다.

  • 과학도 ()

      정정 : 포우폴리스 -> 파포울리스

  • 수학도 ()

      이번에 외국에서 박사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는 수학도인데 갈데가 없어요. 위에 나오는 사례들은 거의 다 딴나라 이야기들이고 한국에서 수학 전공하면 지금까지 했던거와는 아얘 코딱지만큼도 상관없이 그냥 프로그래밍, 개발쪽에 들어가는게 분위기인 것 같아요. 수학해서 그냥 교수할거 아니면 수학도 골치만 아프지 들인 공에 비해 다른 분야만큼 얻는게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나중에 나이들어 취미로 각의 3등분  연구하시는 분들과 반대의 인생을 살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요즘에 돌이켜보면. 요즘엔 그냥 코볼 프로그래머 자리라도 있으면 가야겠어요.

  • mhkim ()

      일반적으로 최고의 기술을 먼저 개발하는 자들이 표준을 쥐게 되지 않나요? 즉, 그 기술 자체가 표준이 되고,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끌려 다닐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 되지 않나요? 인증은 표준보다 상위에 있다고 하셨는데 표준 없이 어떻게 인증이 이루어 지나요? 인증이든 표준이든 결국에는 우리 기술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한가지 예로 인증부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cable방송관련하여 미국의 cable lab의 인증이 필요합니다. 이 인증없이는 디지털 케이블 관련 제품을 팔수가 없죠... 이 단체의 특징은 미국에서 cable사업자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로써 1년에 아주 저렴한 가입비로써 가입할수 있지만, 가입자체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미국내의 cable 사업자에 한하죠. 불과 수

  • mhkim ()

      십개의 가입자들이 있고, 가입 비용는 1년에 2불인가? (정확히 기억할지는 못하겠네요...) 하지만, 인증하면서 받는 년간 수천만불 이상의 금액으로 그 단체를 유지 하고 있습니다. 유럽에도 비슷한 단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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