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KAIST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건가요?

글쓴이
비주류
등록일
2002-07-1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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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학을 전공하고 금융쪽에 흥미를 느껴서 그쪽을 계속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는 사람입니다(5년짜리 족쇄에 묶여 있죠). 저는 거시적으로 보아 공학에 대해서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새롭게 주어지는(혹은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 현상과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법론을 배우는 것이 크게 보면 모든 공학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공학을 전공해서 이러한 방법론을 배웠던 것을 가장 큰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학과는 각각의 영역에 대해서 좀 더 specific하게 배우는 것이구요. 이런 것 때문에 창의적이고 우수한 두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원칙적인 것은 일반 기업의 RnD 현장에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제가 말한 쪽은 Research에 해당하는데 이런 것은 대부분의 한국기업에서의 연구에서 눈씼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고, 외국의 선도업체나 단체(협회)에서 주어지는 스펙에 따라 코딩/조립/생산하는 것이 주가 됩니다. 즉, Development(양산기술)만 주로 하게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N(Nogada)이 주가 되기도 합니다.
그 외의 사회적 인식이나 경제적 여건 등에 대해서는 더 추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써
주셨구요.

그러면, 금융에 관심있는 저는 원글을 쓰신 분의 관점에서 볼 때 의대에 진학하는 것과 공대에 진학하는 것을 어떻게 볼까요? 금융쪽에서는 이것을 Risk의 관점에서 봅니다. 자제분이 공부를 잘하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서울공대졸, KAIST 석사)에 다닐 때 흔히 말하는 정말 뛰어난 사람은 한 과에서 한 학번에 한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다른 친구들은 머리는 비슷한데, 노력을 좀 더 많이 하는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즉, Gauss Distribution에서 오른쪽 끝에 있는 친구들은 드물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그런 친구들도 사회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확률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즉, 일반적인 경우에 있어서(즉, 평균적인 경우에 있어서) 공대출신이 받는 사회적/경제적 대우는 기대치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반면, 의대의 경우에는 평균적인(Gauss distribution에서 중간에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비슷하게 평균적인 공대출신의 경우에 비해서 사회적/경제적 대우가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Risk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투자대비 효과가 훨씬 좋은 의대가 더 낫다고 보여집니다. 이런 것이 입시에서나 학부모들의 생각에서 반영되는 것이 현상태일 것이구요.

따라서, 자제분이 Gauss distribution에서 오른쪽 끝에 해당되는 사람이 아니라면(Peer group내에서 의미하는 것입니다. 즉, 만약 과학고라면 전교 5등 안이라든지, 고등학교 전국등수라면 100등 안이라든지), 의대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투자대비 수익이 크다는 말입니다. 물론 확률적으로 안전하기까지 하면서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쉬는 날 어찌어찌 인터넷 세상을 돌아 다니다가 이 곳을 보았습니다.
>저는 공학, 과학과는 상관없는 사회복지법인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아들이 지금 과학고 1학년이라 관심을 가지고 여러분들의 글을 몇일 동안 들여다 보았습니다.
>
>아들이 학교에서 3등 이내에 들기 때문에 내년 이맘때는 카이스트에 조기 진학을 시키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살아온 경험으로 지식이 가장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본이라고 생각되었고,
>아이도 연구 쪽에 적성이 맞는 듯 하여 그렇게 진로를 잡았었는데, 여러분의 글을 읽다 보니,
>그것이 혹 판단 착오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지난 봄에 과학고 학생들의 수련캠프에서 자기의 희망을 얘기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과학 연구 분야를 희망하는 애들은 우리 애를 비롯해 몇 명 되지 않았고,
>정말 놀랄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의대 쪽을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히 ,
>과학고를 나와서 순수과학을 하는 것이 바른 일이고, 의대 쪽으로 보내려는 부모들은 마치 돈을 찾아서 가는 옳지 않은 부류인 것처럼 생각했었죠.
>
>그러나 현재, 솔직한 얘기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정말 연구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받는 처우가 금융기관에 처음 일하는 사람들보다 못한 건지, 정말 그렇게 형편 없는건지 알아 보아야겠습니다.
>더구나 애 이모부가 모대학병원 성형외과 과장으로 있으면서 현재 대도시에서 개업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지위와 수입은 어느정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사회복지법인에서도 복지의원을 운영하면서 의사를 고용해서 월급을 주고 있는데
>급여는 5-600만원에, 대개 다른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기에 방도 얻어주고(물론 보통 이상의 고급)
>근로소득세, 건강보험, 연금까지도 다 납부해 주기 때문에 급여 외에 100만원은 더 주는 꼴입니다.
>
>군대문제도 막연하게 특례 쪽으로 해결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더군요. 
>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의 진로와 연구직의 급여, 군대 문제의 해결 방법 등에 대해서 여러분의 조언을 구합니다.
>
  • 정문식 ()

      비주류님의 말씀에 수긍이 갑니다. 기초과학 또는 공학을 제대로 배운다면, 비록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지 않더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겠져... 그런데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실제로 정부나 기업체들이 과학이나 기술에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옛날 가발 만들어 수출하던 시대의 의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난 20년 동안 왜 그렇게 과학영재교육이니, 과학기술입국이니 하면서 난리를 피웠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막말로 말해서 단순 조립 가공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과학 교육을 통해 얻은 자연 현상에 대한 통찰이나 독창성이 얼마나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10여년 전엔가 대일 무역수지 적자 운운하며 '기술이 없어서 뼈빠지게

  • 정문식 ()

      벌어들인 피 같은 외화를 '쪽발이'들에게 갖다 바치고 있다'고 위기의식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아직도 로얄티 좀 주고 외국의 하급 기술을 적당히 베껴서 팔아먹는 수준이라면 10년 전의 '대일적자' 운운 하는 말은 거짓말이었다는 것인지여? 아무튼 더 이상 '늑대와 양치기'식의 거짓말이나 사회경제적 구조가 고도화된 선진국 사정에나 어울리는 '인적자본론'을 한국 사회에 어거지로 도입하여 책임지지 못할 정책을 남발하는 짓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나마 연구개발 예산을 늘리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과학기술 구조 전반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양키'가 버는 현재의 모순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입니다.

  • 정문식 ()

      1989년엔가 지금은 '범죄자'로 전락해 버린 김우중 씨의 자칭 '에세이'라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정확히 말하면 '꾼 돈은 많다'겠지만)에 보면 기초과학이 부실한 한국의 실상을 개탄하면서, '대우'는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와 '과학 영재'의 장학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2000년이 되면 10만 명(?)의 기초과학자들이 대우에서 일하고 있다고 아주 삐까뻔쩍한 청사진을 제시했져... 그런데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대우는 경제계에서 사라져버리고, 10만명 운운하는 말은 완전히 헛소리가 되어버렸져... 어쩌면 1980년대 말 김우중 씨의 '어록'과 오늘날의 대우의 실상은 한국 과학기술계의 립서비스와 실상을 단적으로 대변해 주는 사례가 아닌지 생각됩니다.

  • 비주류 ()

      기술개발 및 그의 상용화에는 분명히 먹이사슬이 존재합니다. 관련 글을 제가 이 곳에 퍼 오겠습니다. 주로 표준화에 대한 내용인데 여러분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실 겁니다. 그리고, 이런 표준화는 현재 유럽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미국도 오히려 EU앞에서는 긴장하는 입장입니다. 제가 볼 때 한국에서 기술관련 정책을 세우거나 할 때 반드시 중요한 것이 바로 표준화에 성공해서 관련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안 되면 남의 기술 가져다가 베껴서 조립하는 수준에서 못 벗어납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딴 넘이 챙기는 구조가 되는 거죠

  • 과학도 ()

      그래도 대우학술재단에서 펴낸 책들은 큰 기여였던것 같은데요.. 단지 그것을 기업이윤과 연결시키지 못한것일뿐 김우중 회장은 좋은일을 했다고 봅니다.

  • 정문식 ()

      그렇습니까? 저도 도서관에서 대우학술재단총서로 나온 책들을 (주로 인문사회 분야) 많이 읽어 보았습니다만, 참 좋은 책들이더군여... 그런데 그것이 부도덕한 기업 경영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김우중 씨가 '세계경영' 운운하며 엉뚱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어록'에서 구상했던 내용이 '립서비스'로 끝나지 않고 현실화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 손영일 ()

      대우자동차에 대한 김우중씨의 전략은 아주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우자동차에 힘을 쏟기 시작한 92년도에 대우자동차는 아무런 기술이 없었죠. 그런 상태에서 기술을 당장 처음부터 개발하려고 하였더라면 더 쉽게 망했을 것입니다. 일단 외국 기술을 사가지고 와서 물건을 싼 값으로 개발하여 어느 정도 마켓을 확보한 뒤에 기술개발에 힘을 쏟으려고 했던 전략이었는데 기술개발에 힘을 쏟을 돈이 조금씩 들어오려고 하다가 IMF를 맞았죠.. 분명 도박은 도박이었는데 운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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